/ 이종엽 인천변호사협회 공보이사
우리 인천변호사협회는 지난 9월 초 자매결연을 맺고있는 일본 사이타마현 변호사회 회장단의 방문을 받고 2박 3일간의 일정을 함께 했다. 일본 사이타마현 변호사회는 종군위안부문제를 실증적으로 연구하고 일본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촉구하는성명을 내는등 일본내에서도 비교적 친한(親韓)적이고 인권문제에 관심이 많은 지방변호사회로 알려져 있다.
방문 둘째날 오전 우리 변협 사무실에서 로스쿨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세미나를 마치고 오후일정으로 우리는 분단의 현장인 비무장지대와 공동경비구역시찰에 나섰다. 징병제를 취하지 않는 일본측 변호사들은 버스가 비무장지대에 들어서자마자 말수가 적어지면서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고 보안검색을 위해 일시 정차 검문소에서는 지척에서 들리는 집단 소총사격소리에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판문각과 자유의 집 등으로 이루어진 공동경비구역에서는 방문 안내 헌병의 절도있는 지시에 모두들 일사분란하였고 저너머 보이는 북측 선전마을 기정동마을의 세계에서 가장 큰 국기인 인공기(게양대 높이는 무려 160미터, 인공기크기는 가로 150미터, 세로 80미터)와 남측 대성동마을의 태극기(위 인공기보다 높이나 크기가 작음)를 번갈아가며 호기심 많은 눈빛으로 응시하기도 하였다. 나는 냉전의 현장을 체험하고 있는 일본 변호사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이후 우리는 서둘러 다시 인천으로 돌아와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평양청년협력단원의 교예공연을 관람했다.(때마침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아청소년육상경기대회중이었고 북측이 선수단과 함께 선전용으로 파견한 예술단임) 흰색저고리와 검정색치마로 곱게 단장한 북측의 예술단원들은 16세에서 18세의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그들의 절제된 몸동작과 잘 훈련된 노랫가락, 그리고 단아한 자태는 관객들을 매료시켰고 남측 관람단을 위해 준비한듯한 ‘감격시대’는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앙코르를 연거푸 불러냈다. 그 관객들 한가운데 자리한 일본측 변호사들은 어떤 느낌을 가지고 있을까 자못 궁금했다. 감동의 여운을 안주삼아 맛갈스런 우리 갈비와 소주로 요기를 마치고, 근처 노래주점에서 뒷풀이 자리가 있었다. 양측의 우정을 위한 사이따마현 변호사회 회장의 건배사는 의미가 있었다. 그는 “오늘 우리는 한국의 두가지 모습을 보았습니다. 낮에는 비무장지대와 공동경비구역을 둘러보고 분단국가의 긴장상태를 직접 체험하였습니다. 그리고 저녘에는 평양학생교예단의 공연을 관람하면서 남측 사람들의 열렬한 환호와 남북간에 흐르는 동질감과 화해의 분위기를 공감하였습니다. 한반도의 이러한 슬픈 분단현실에 대해서는 우리 일본사람들의 책임이 크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 일본이 과거 36년간 한반도를 지배하지 않았다면 이러한 분단현실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이타마 변협 회장의 인사말에 좌중은 숙연해졌고 회장의 소감은 이어졌다. 그러나 그의 건배사를 듣는 필자의 가슴이 허전해지기만 한것은 패배의 역사를 안고 있는 우리민족의 피지배자로서의 본능적 열등감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어진 여흥시간, 참석한 10여명의 일본측 변호사들중 중장년층 회원들 상당수가 한국노래 한 두곡 이상을 불렀다. 그리고 그들은 아시아의 미래를 노래하는 옛 엔카류 노래를 의미심장하게 부르기도 하였다. 그네들의 혼네(本音)와 다떼마에(建前)를 보는것 같이 느낀 것은 필자가 과민한 탓일까?
지금 북한 핵문제를 둘러싸고 북한의 핵과 핵프로그램을 영구적으로,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무장해제시키려는 미국, 일본과 체제보장은 물론 한푼이라도 더 보상을 받아내려는 북한간의 외나무다리 기싸움이 치열하다. 우리 민족에겐 생존이 달린 현안들이지만, 저들 강대국들에겐 새로운 패권으로의 질서정립을 위한 게임일 수 있다.
미군이 인천과 평택, 군산등 서해안 도시에 패트리어트미사일을 배치하려는 의도는 북한의 미사일공격에 대한 방어용이 아니라 날로 커가는 중국의 무력을 겨냥한 견제용 미사일기지이고 결국 인천과 한반도가 중국으로부터의 핵공격에 볼모가 될 것이라는 인천 출신 어느 교수의 발언은 그 진위를 떠나 새삼 우리의 현주소와 미래에 대하여 마음 심란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