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순선 지방자치단체국제화재단 도쿄사무소 차장
도쿄에서는 주차장이 있는 아파트를 빌리더라도 이를 사용하려면 월3만엔 정도는 별도로 부담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시내에 주차시키려면 비슷한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그래서 웬만한 수입으로는 자가용 출퇴근은 생각할 수 없다. 이곳에 와서는 매일 전철을 이용하여 출퇴근을 하고 있는데 전차를 타면 늘 “노약자 우선석 부근에서는 휴대전화의 전원을 꺼 주시고, 그 밖의 좌석에서는 진동모드로 설정하신 후 통화는 삼가해 주세요”라는 안내방송을 몇 번이고 듣게 된다. 일본에 온지 1년이 지났지만 그 동안 전차 안에서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본적이 손가락을 꼽을 정도다. 물론 오락을 한다든지 게임을 하는 젊은 사람은 꽤 많이 눈에 띈다.
일본에 오기 전에는 가끔 전차 안에서 통화를 한 적이 있었지만 이곳에서는 걸려오는 전화도 전차에서 내려 다시 전화하겠다는 간단한 응답으로 끝내곤 한다.(가끔 우리나라 분들로부터 전화를 피하는 것 아니냐는 작은 오해를 받은 적이 있지만) 그것도 아주 작은 목소리로 한다. 일본인들은 거의 모두 그렇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신문보도에 의하면 내년부터는 우리나라의 휴대폰이 일본시장에 진출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IT선진국이라는 사실은 일본인들도 인정하고 있다. 지난 9월초에 서울에 잠깐 다녀왔는데 아직도 전차 안에서 큰 소리로 통화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진정한 IT선진국이 되려면 사용하는 사람들의 매너도 선진국이 되었으면 좋겠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우리에게도 교훈이 되지 않을까 해서 이곳 언론에 소개된 휴대전화기지국에 대한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일본의 도쿄 북쪽에 센다이라는 도시가 있는데 한 주택지에 2002년8월과 2004년2월에 두 회사의 기지국이 건설되었다. 그러자 주민들은 ‘전파탑을 생각하는 주민들의 모임’을 결성하여 기지국 철거를 주장했지만 2004년5월부터는 종래의 휴대전화 전파보다도 생체에 더 크게 영향을 끼치는 제3세대(3G)휴대전화의 전자파를 기지국에서 송신하기에 이르렀다.
3G 기지국은 전국에서 2002년보다 1.6배나 증가하여 2004년 2월 현재 약 4만 2천국에 이른다. 이렇게 기지국이 건설 된 후 주민들에게는 지금까지 없었던 각종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 센다이의 주민모임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귀울림, 불면, 두통, 鼻血 등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기지국으로부터 1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사는 어느 60세의 A남성은 기지국이 건설되고 나서 자동차의 엔진소리 같은 이명증상으로 병원을 찾았지만 원인을 모른 채 작년 8월부터는 병원에서 처방받은 수면제를 복용하고 있다.
9월에는 화학물질과 민선치료로 유명한 도쿄에 있는 북리연구소병원에서 자율신경기능의 불안정과 중추성안구운동장애가 있기 때문에 ‘생활환경중의 유해환경인자(특히 전자파)에 대해서 충분한 주의·대책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 A남성은 작년 10월에는 대장암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이 A남성의 부인(58세)은 팔과 다리에 빨간 반점이 나타나고 불면과 소리에 민감해지는 등 전자파과민증과 같은 증상이 일어나고 있다. 근처의 69세의 다른 B남성은 작년 4월에 악성임파종으로 진단받고 5월에 사망하였다. 담당의사가 ‘진행이 이상하게 빠르다’라고 했다. 네덜란드의 연구에 의하면 1V/m(電場表示單位)의 3G전자파를 照射하면 두통, 구역질, 피부가 얼얼해지는 상태 등이 증가한다는 결과가 나와 있다. 이 지역의 주택 일곱 채를 측정했는데 그 중 3채에서 1V/m를 초과했다. 기지국으로부터 약 150미터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 C남성은 작년 가을부터 시소(들깨와 비슷한 야채)의 줄기가 이상하게 비대하고, 무화과의 모양이 표주박 모양이 되는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식물이 기형화하는 원인으로서 바이러스, 전자파, 화학물질 등을 생각할 수 있다. 시소를 농업시험장에서 조사해 보았더니 원인은 알 수 없었지만 ‘바이러스는 아니다’라는 것이다. 이 일대는 TV의 화상이 흔들리거나 화면전체가 핑크색으로 변하는 등 수신장애와 유선전화가 도중에서 잘 안 들리거나 끊어지는 등의 장애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홋카이도 등에서는 기지국 주변의 개가 급사하거나 시력이 급격히 저하되었다는 사람 등 여러 가지 형태의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어떤 사람은 이러한 증상 때문에 다른 곳으로 이사했는데 몸의 상태가 호전되었다는 예도 있다. 이와 관련 센다이의 주민모임은 센다이시 당국에 주택과 학교, 병원근처에는 휴대전화기지국을 규제할 수 있는 조례를 제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도 늦기 전에 일본의 예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대책을 강구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