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기 (사)인천언론인클럽 회장
인천시 땅 절반이 잘려 나갈 위기에 놓였다. 인천의 비전은 없다. 정부가 경제자유구역으로 설정한 송도지구, 영종지구, 청라지구 등 3개 지역 총 6천336만 평을 관할하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을 특별지방자치단체로 전환하는 ‘경제청 특별지자체화 방안’을 마련,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경제청이 관할하는 경제자유구역의 면적은 인천시의 도서지역을 제외한 육지 면적의 반에 해당되는 광활한 땅이다. 특별지방자치단체로 특정한 기능이나 시설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기존 행정구역과는 별도로 설치되는 지방자치 단체를 말한다. 재정경제부는 특별지자체 도입이 과세권과 행정구역의 분리가 아니며 특정 사업에 대한 일반·특별지자체간 역할 분담과 전문성 강화가 주된 목적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또 국가예산 지원확대, 고용창출과 개발이익 등으로 인해 직접적인 최대 수혜자는 해당 시·도가 될 것이라는 점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인천경제청이 특별지자체로 전환되면 인천시 산하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 경우 인천경제청은 인사, 예산 조직 등 모든 분야에 대해 인천시의 지휘 감독을 받지 않는 독립 기관으로 바뀌게 된다. 한마디로 인천시의 허락 없이 ▲토지이용계획 ▲기반시설계획 ▲인구수용계획 ▲주거시설조성계획 ▲교통처리 ▲산업유지 ▲보건 의료 ▲교육 ▲복지시설 설치계획 ▲환경분야 계획 ▲외국인투자유치 및 정주(定住)를 위한 환경개선 등 일체의 도시기능 행위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의 ‘모티브’가 된 송도국제도시는 인천시가 20년 전부터 추진해 온 사업으로 그 과정에서 천혜의 자원인 서해 갯벌을 매립해야 했고, 어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는 등의 막대한 희생을 치러야 했던 곳이다. 인천은 인천국제공항과 함께 동북아 허브(HUB) 시대를 열기 위해 그 동안 1조5천억 원의 혈세를 투입하는 등 인천경제자유구역은 그야말로 천신만고 끝에 이룩해낸 땀과 눈물의 결정체이다. 특히 인천 최초의 성공적인 초대형 ‘프로젝트’로 인천시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인천시가 지금까지 이 지역에 펼치고 있는 인프라 구축 사업은 제 2연육교인 인천대교 건설, 인천지하철 연장, 제 3경인고속도로, 제 2수도권외곽순환도로, 경인고속도로 직선화, 서울 지하철 7호선 연장공사를 비롯해 제 2단계인 인천공항 활주로 공사 등 계획된 ‘로드맵’을 차질 없이 진행시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재경부의 인천경제청 중앙기구화 움직임은 지방분권과 지방자치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는 국정 방침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인천시민들의 입장에서는 경제자유구역을 빼앗아 가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 더욱이 인천경제청이 특별지자체로 전환 될 경우 인천은 양분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또 구도심 재생사업 등 밑그림을 그려 놓은 인천종합개발에도 막대한 차질을 초래 할 것으로 보인다.
인천은 과거 30여 년 동안 정부의 수도권 규제로 인해 시설입지규제 대학의 신증설 제한 등의 많은 제약을 받아왔다. 이같이 타 지역에 비해 불이익을 받아 온 인천시민들의 상대적 발탈감은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명목을 앞세워 인천지역에 위치한 공공기관마저 타 지역으로 빼내가자 심리적 허탈감에 망연자실하고 있는 가운데 인천경제자유구역을 빼앗아 간다면 그 반발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중앙에서 사업을 추진하면 인천은 소외되고 지역발전과 연계할 수 없다는 생각이 인천시민들에게는 팽배해 있다. 일례로 인천국제공항철도 건설 계획에는 인천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역사 건설이 빠져 있다.
국가의 성장 동력으로 선정되어 2만 달러 시대를 선도해 나갈 인천경제청이 검증 되지 않은 특별지자체로의 전환 소식을 접한 인천시민들의 반발이 가시화하고 있다. 우선 조직적인 범시민 운동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인천지역 경제·사회·문화 등 94개 기관·단체로 구성된 ‘인천지역 경쟁력 강화를 위한 범시민협의회’는 지난 10일 오전 송도국제도시 갯벌타워에서 경제청의 특별지자체화와 관련한 긴급 토론회를 열고 정부 방침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자리에는 경제관련 연합회 대표를 비롯해 학계, 종교계, 언론계, 문화계, 사회계 등 각계 단체 대표와 시의회 의장단, 기초단체장, 기초의회 의장 등 70여 명이 참여했다. 앞서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등 시민단체와 인천시청공무원직장협의회도 각각 성명을 내고 경제청을 재경부가 관여하는 특별지방행정기관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강력히 규탄한 뒤 260만 인천시민과 함께 반대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등 강력한 투쟁을 벌여나가기로 했다.
경제자유구역청의 특별지자체 전환은 인천을 둘로 쪼개어 분할 통치하겠다는 발상으로, 재경부가 입법 추진 등을 강행할 경우 260만 인천시민은 결코 바라만 보고 있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