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는 훈민정음 반포 559돌째인 9일, 의미있는 약속을 했다. 한글날을 경축하는 기념식장에서다. 한글의 독창성과 과학성을 국내외에 알리는 한글사랑·나라사랑 운동을 적극 펼쳐나가고, 한글을 더욱 계승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한글재능 겨루기 및 체험 행사를 열기로 했다.
한글이 국내에서조차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배경이다. 덧붙여 한글 찬사도 잊지 않았다.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문자라는 것이 요지다. 손학규 경기지사가 한글날 기념사를 통해 한 말이다. 그는 “쉽고 간결하면서도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표현력을 지닌 한글은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을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극찬했다. 또 ‘문화적 DNA’가 가득 담긴 한글에 대한 자부심만은 어떠한 경우에도 지켜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두 맞는 말이다. 한글의 창제는 한자 문화권에서 벗어나 우리 민족의 고유문화를 창조하고 자주적 기상을 올바로 세운 역사적 출발점이라는 민족사적 의의를 갖고 있다. 세계가 인정하는 가장 과학적이고 실용적이며, 정보 친화적인 문자다. 손 지사의 말처럼 이것이 한글의 가치며, 이래서 행정기관의 한글사랑 운동은 당연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일말의 회의적인 시각과 의구심이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도 행정의 현실은 좀 다르기 때문이다.
그동안 도는 수도 없이 한글사랑과는 다른 길을 걸어왔다. 언제부턴가 도가 발표하는 굵직굵직한 정책들은 수장의 화려한 이력을 닮은 듯 외국어 일색이었다.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는 국적불명의 용어가 만발했다. ‘한류우드’ ‘경기청년뉴딜’ ‘팜뱅크’ ‘리-스타트’ ‘슬로우푸드’ ‘네이버워치’ 등 헤아릴 수 없다. 외국어 남발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팽배했지만 도는 전혀 문제될 것 없다는 식이었다. 오히려 외국어를 사용해야 그럴듯한 정책으로 포장된다는 얘기까지 나오기도 했다.
현실이 이러한데 한글사랑 운동을 적극 펼쳐나가겠다는 손지사의 말이 곧이 곧대로 들릴리 없다.
도는 이제라도 현실과 유리되어 겉도는 말의 성찬을 접어야 한다. 한글사랑 운동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공직사회부터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온통 외국어 일색인 정책 용어부터 뜯어고치는 것, 이것이 경기도의 한글사랑 운동의 시작이다. /구대서기자 (블로그)k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