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새우젓독이라는 것이 있었다. 배가 불룩한 여느 항아리와는 달리 아가리와 밑바닥 그리고 배가 곧아 굵은 원기둥 모양으로 장독대나 부엌에 곡식과 식수를 담아 두었다. 큰 것은 어른키만해서 부엌 귀퉁이에 흙바닥을 파고 반쯤 묻어두면 여름에도 물맛이 시원했었다. 새우젓 독이란 가을철 새우젓을 담아 팔던 질그릇 용기인데 이것이 집집마다 몇개씩 있어 요긴하게 쓰였다.
 해마다 이맘때면 인천의 어시장 넓은 광장에는 젓갈이 담긴 새우젓 독이 가득 군대 열병식이라도 하듯 줄지어 있었다. 그시절 어시장은 인천역 인근-그곳이 인천의 어항이었는데 김장철이 다가오면 각지에서 새우젓을 사러 오는 부녀자들로 파시를 이루었었다. 어느 집이건 새우젓 한독쯤은 장만해야 했는데 경인선 열차를 타고 오던지 물지게를 지고 자유공원 고개를 넘었었다.
 그러던 것이 새우젓독의 크기가 점점 줄어들었다. 어른 키만했던 것이 물초롱만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6.25를 전후해서 드럼통이 등장하면서 비위생적이라는 시비가 꼬리를 물고 아예 독은 사라졌다. 김장을 하는 양이 줄어서일까. 겨우 비닐 봉지에 사가는 정도였다. 값도 금값이 되었다. 강화도 인근의 어장이 황폐하여 새우가 잡히지 않기 때문이었다.
 지금 연안부두 어시장에는 젓갈류를 취급하는 별도의 코너가 있지만 새우젓 시장이라고 할 것 같으면 논현동의 소래포구가 단연 으뜸으로 여겨진다. 예전의 수인선 소래다리와 망둥이 낚시로 향수 처럼 된 포구에 더러 새우젓 배가 닿더니 그곳을 바람도 쏘일겸 아녀자들이 찾으면서 아예 관광포구가 된 것이다. 주변정리가 되었는데도 주말이면 몰려드는 차량들로 큰 혼잡을 이룬다.
 까맣게 잊어버린 지난 일을 들추어 낼때 쓰는 속담으로 ‘새우 벼락맞던 이야기를 한다’고 한다. 쓸데없는 지나간 이야기를 너무 많이 했는가 보다. 아무튼 소래포구 문화관광축제가 5일부터 나흘간 열리리라 한다. 해마다 남동구는 이곳에서 축제를 벌여왔다. 인근에는 지난날의 염전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해양생태공원이 인접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