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법회 인천 연수중 교장 (한글학회 정회원)
각종 기념식이나 의전을 갖춘 행사 곧 기공식, 개관식, 졸업식, 연수회, 출판 기념회 등에 참석해 보면 의식에서 잘못 쓰이는 말들이 있다.
의전을 갖춘 행사에서 행사 내용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의식의 절차나 자리 배치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그래서 주관하는 측에서는 준비를 철저히 하고 실수하지 않으려고 노력을 한다. 그런데 의식이나 모임을 진행하는 과정에 쓰이는 말이나 용어에 대해서는 그저 관례에 따라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꼼꼼히 따져보거나 세심히 살피지 않는 것 같다.
우선 자주 틀리는 것이 식(式)과 회(會)의 구별이 잘 안 되는 경우이다. 어떤 기념식이나 졸업식에서 행사를 시작하는 말과 끝맺는 말은 회가 아니고 식이니까 개식사, 폐식사라고 해야 옳은데 보통 개회사, 폐회사라는 말을 쓴다.
개식사란 사회자가 “지금부터 ○○중학교 제 ○회 졸업식을 시작하겠습니다.”와 같이 식의 시작을 선언하는 말이다. 그런데 이런 말들은 전통적으로 어렵고 딱딱한 한자말로 써 왔기 때문에 더 자주 틀리게 되는 것 같다. ‘개식사’를 한글로 써 놓으면 한자말에 익숙하지 않은 철모르는 학생들은 ‘개들이 식사하는 시간인가?’하고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하며 사실은 어른들도 그런 농담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런 말도 이제는 현실에 맞게 고쳐 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개식사와 개회사를 구분할 것 없이 ‘여는 말씀’, ‘시작 말씀’으로 한다거나 폐식사, 폐회사는 ‘맺는 말씀’ , ‘마치는 말씀’처럼 쉽게 쓴다면 혼동할 일도 없을 것이다. 더 좋은 우리말이 있다면 물론 환영한다.
학부모총회의 순서를 써 붙일 때는 모임의 성격이 식이 아니고 회이므로 ‘회순’이라고 해야 하는데 ‘식순’이라고 잘못 써 붙이는 것이 보통이다. 식순이나 회순도 혼동이 염려된다면 ‘진행 순서’라는 말로 통일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의식을 할 때는 반드시 ‘국민의례’를 한다. 보통 국민 의례의 순서는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제창,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의 순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작은 규모의 연수회 개회식 정도의 간단한 의식에서는 ‘국기에 대한 경례’만 하고 나머지 의례를 생략하기도 한다.
그 때 국기에 대한 경례가 끝난 다음 사회자가 하는 말이 보통 ‘이하 의식은 생략하겠습니다.’라고 한다. 나머지 의식을 생략한다면 이미 그 의식은 모두 끝났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회자가 하는 말의 속뜻은 국민의례 세 가지 중 나머지 애국가 제창과 묵념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국민)의례는 생략하겠습니다.’라고 하던가 참석자들을 그냥 자리에 앉도록 하고 다음 순서를 진행하면 더 자연스러울 것이다.
이건 좀 작은 사례이긴 하지만 학교에서 운동장 조회를 할 때에 교내외 각종 대회에서 입상한 학생들에게 시상하는 순서가 있다. 이때 사회자는 ‘다음은 교내외 시상식이 있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그 모임의 이름이 ‘애국 조회’이건 ‘월례 조회’이건 그 안에 또 시상식이 따로 마련될 수는 없는 일이다.
‘다음은 교내외 시상 순서입니다.’ , ‘다음은 ○○대회에서 입상한 학생들에 대한 시상을 하겠습니다.’ 라고 소개하면 된다.
요즘은 각종 단체나 학교, 관공서별로 문화행사도 많고 이에 따른 의식도 자주 한다. 물론 행사의 내용이 목적에 부합하고 얼마나 알차고 유익한가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겠지만 의식에 쓰는 말이나 용어를 바르게 다듬어 쓰는 노력도 함께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