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학교 운동장에 늙은 은행나무 두 그루가 있었다. 동편과 서편에 마주 보고 있었는데 서편것을 수나무 동편것을 암나무라고 했었다. 가을걷이가 한창일때 나무를 의지해 만국기를 펄럭이며 운동회가 끝나고 비바람이 을씨년스런 어느 아침 어른 아이 모여 은행알을 소쿠리에 주워 담았었다. 그것을 운동장 밖 개울물에 헹구어 겉껍질을 벗길때 냄새가 고약했었다.
 은행알 줍기는 개울 건너 향교 마당에서도 했었다. 미처 떨어지지 않은것들을 길다란 장대로 두드리면 여기저기서 "투두둑 투두둑" 소리내며 떨어졌다. 옛날 향교와 서당 주변에 수백년 된 은행나무들이 많았던 것은 공자께서 은행나무 밑에서 강학하셨다는 행단(杏壇)의 고사에 연유하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주은 은행알을 오래 간수하면서 식용이나 약용으로 이용했다. 은행나무가 수명이 길기 때문에 장수를 돕는 식품으로 여겼다. 껍질을 집게 따위로 까서 불에 구으면 비취색 고은 빛갈에다 독특한 풍미가 일품이었다. 신선로 요리에 빠져서는 안될 진품이며 기름 발라 구워 술안주로 했다. 한방에서는 결핵 치료제로 쓰이며 기침을 멎게 한다고도 한다.
 은행나무는 이름이 여러가지이다. 열매를 맺기 까지 수십년이 걸려 할아버지가 심으면 손자가 열매를 먹게 된다는 뜻에서 공손수(公孫樹)라고도 하고 잎이 오리발의 물갈퀴 모양으로 생겼다고 해서 압각수(鴨脚樹)라고도 한다. 백과목 행자목이라는 이름도 있다. 원산지는 중국의 절강성 서부인데 지리적으로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지에서만 볼수있다. 그나마 우리것이 잎과 열매등 가장 우수하다고 한다.
 보도(본보 27일자)에 따르면 요즘 은행나무 가로수의 열매를 따려는 시민들로 나무가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장대로 때리기로는 부족하여 망치나 돌로나무 허리를 쳐 훼손이 심하다는 것이다. 절로 떨어지는 것을 주으면 될텐데 극성이 심하다. 남의 밤밭에 차를 대고 밤을 주워가고 봄철에는 헤집고 다니며 고사리를 꺾느라 숲을 망친다.
 정도껏이여야 하는데 그것으로는 성에 안차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