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명의로 인터넷에 저질스런 글을 올린 사람에게 검찰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죄를  적용해 처음으로 기소했다.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한 이 법 조항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기소할 수 없지만 일단 기소돼 유죄가 인정되면 7년 이하 징역,  10년  이하
자격정지,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의 중형에 처하게 하고 있다.
    ◇ 사건 개요 = 서울대 법대생 김모씨는 지난해 7월 포털사이트에 자신의  명의
로 `유영철 같은 의인이 많이 나와야 한다', `더러운 직업의 여자들은 토막살해해야
한다', `유영철이 무슨 죄냐. 더러운 안마사 청소해서 잘한 사람이지'라는 등  저질
스런 글이 170여개나 게재된 사실을 알게 됐다.
    엉뚱한 비난을 뒤집어쓰게 된 김씨는 경찰에 범인을  처벌해달라며  진정했지만
경찰도 쉽게 범인을 찾지 못해 사건은 1년 가까이 내사(內査) 종결상태에 있었다.
    그런데 올 7월 경찰이 서울대 도서관 등에서 상습절도를 한 혐의로 구속된 손모
(32.무직)씨를 수사하다 손씨가 다른 사람들의 주민번호와 이름이 여럿 적힌 수첩과
남의 신분증 여러 장을 갖고 있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실마리가 풀렸다.
    손씨는 "남의 ID로 인터넷 채팅하려고 그랬다"고 둘러댔지만 경찰이 과거  인터
넷 ID 도용피해 접수사례 중 김씨 사건을 발견해 추궁하자 "김씨가 도서관에서 공부
는 하지 않으면서 자리만 맡아두는 게 얄미워서 골탕을 먹이려 했다"며 범행을 시인
했다.
    ◇ 기소 과정 = 검찰은 지난 5일 손씨를 일단 상습절도 혐의로 기소했지만 김씨
의 피해 사건은 내부 법률 검토를 위해 기소를 유보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손씨가 김씨를 비방한 게 아니라 유영철 사건 피해여성들을 비
방한 것이고 그 내용도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워 기소할 수 없다는 의
견과 손씨가 직접 김씨를 비방한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네티즌들에게 잘못된 사실
을 인식시켜 김씨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기소가 가능하다는 의견이 모두 나왔다.
    서울중앙지검은 1차장과 형사부장 4명, 사건 주임검사와  명예훼손  전담검사가
공소심의위원회를 열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
손의 판례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16일 손씨를  추가기소했다고
밝혔다.
    손씨가 `김씨에 대한 사실'을 적시한 것은 아니지만 마치 김씨가 저질스런 글을
쓴 것처럼 네티즌들이 오인하게 만들었다면 허위사실을 적시해 김씨의 명예를  훼손
했다고 봐야 한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이번 공소제기와 별도로 이번 사건처럼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 명의로 저
질스런 글을 게재하거나 명의를 도용해 글을 올려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
를 처벌하는 명시적 조항을 신설하는 방향으로 입법건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인터넷상에서 타인 명의를 닉네임(별명) 형태로 표시하고  저질
ㆍ외설스런 글을 게재하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어 이들을 엄중처벌할 필요가 있는 만
큼 법원의 판례를 받아보기 위해 기소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