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도청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이 도청 테이프 유출 수사를 마무리짓고 이번 주부터 미림팀 관련 수사에 본격  착수할  예정이어서 도청테이프 274개와 녹취록 15권 3천여쪽의 활용 가능성이 주목된다.
    미림팀 수사시 주요 조사대상 인물로는 팀장 출신으로 이미 구속된  공운영(58)
씨 외에 미림팀 재건을 주도한 의혹을 받고 있는 오정소 전 안기부 1차장, 도청테이
프를 폐기했다는 이건모 전 국정원 감찰실장, 천용택 전 국정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
다.
    공씨와 오씨는 미림팀 운영과 관련해 핵심증언을 해야 할 인물이고 이씨와 천씨
는 도청 테이프 반납 및 폐기 과정에서 테이프나 녹취록을 확인ㆍ검토했다는 사실에
대해 검찰에서 추궁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미림팀의 도청 실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도청 과정에 관
련된 구체적인 신문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해놓은 테이
프와 녹취록 내용을 이미 어느 정도 검토했거나 조만간 추가 분석할 것이라는  관측
이 유력하다.
    검찰 신문 과정에서 미림팀 관련자들의 신분이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바뀔  가능
성을 염두에 둔다면 검찰이 공소사실을 특정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언제, 어디서, 어
떻게, 누구의 대화를, 왜 도청했는지 물어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런 질문에 이들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말할 수 없다'며 묵비권
을 행사할 경우 미리 확인한 테이프와 녹취보고서 내용을 추궁의 단서로 삼을  가능
성이 높다.
    이 경우 검찰로서는 `테이프 내용' 수사가 아닌, `테이프 내용 수집과정'  수사
가 되기 때문에 테이프와 녹취보고서 내용을 수사 단서로 삼더라도 위법 증거  배제
원칙에 저촉되지 않으면서 도청내용을 수사에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전망에 대한 반론도 없지 않다.
    검찰이 테이프 274개를 극도로 제한된 인원만 접근해 검토하고 있는 실정을  감
안하면 테이프 내용 분석작업이 이미 진행됐더라도 그 성과는 미미해 수사에 활용하
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테이프 확인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겠지만 녹취보고서  3천
쪽은 1명이 검토하는 데 1주일이면 충분해 미림팀 수사에 중요 단서로 써먹을 수 있
다는 게 중론이다.
    이 녹취보고서 분석자료는 천용택 전 원장의 도청내용의 활용 가능성을  추궁하
는 데도 쓰여질 것으로 보인다.
    천 전 원장은 1999년 12월 당시 국정원이 공씨의 테이프와 녹취록을 회수한  뒤
직원들이 일주일간 만든 A4용지 100장 분량의 녹취록과 테이프를 2주 가량 갖고  있
다 내려보냈다는 게 국정원 발표였다.
    검찰은 내용이 상당 부분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테이프와  녹취보고서를
공운영씨 집에서 압수한 지 2주일이 지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테이프 분석도 어느 정
도 진행됐을 것으로 추정돼 도청내용의 수사 활용 가능성이 더욱 높아 보인다.
    그러나 독수독과(毒樹毒果) 이론 등 때문에 여러 모로 테이프 내용 수사에 신중
한 모습을 보여온 검찰이 테이프의 개략적인 내용만 확인한 채 압수물 금고에  보관
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정치권에서 테이프 내용 공개 등을 위한 특별법 또는 특검법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검찰이 먼저 나서서 테이프 내용을 확인하기 보다 법안 추진과정 추이를  살피
며 수사 완급을 조절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검찰이 미림팀의 활동과 도청물의 활용 방향 등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될
경우 수사 성과 못지 않게 도청자료의 수사 활용 여부에 관심이 증폭될 것으로 전망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