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8일 국정원의 과거 불법도청 사실 공개지시 배경과 관련, "아무런 음모도 없고, 전혀 아무런 정치적 의도가 없다"며 "대통령이지만 내가 모르는 진실을 그냥 파헤치지 않을 순 있지만, 터져
나와버린 진실을 덮어버릴 수는 없고, 앞에 부닥친 진실을 비켜갈 수도 없다"고  말
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 사건은  정부
나 대통령이 파헤친 사건이 아니며, 그냥 터져나온 사건으로, 터져나온 진실에 직면
했을 뿐이며, 도청의 일부가 나왔으니까 도청의 전모에 대해 정부가 성의를  다해서
진실을 밝혀서 말할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지금 내가 그 의무를 위반하고 사실을 덮어버린다고 하면 나는
또 그렇다치더라도 나를 위해 일한 참모들이 다음 정권에서 또 불러다녀야 되지  않
느냐"며 "이 악순환을 어디선가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도청은 국가권력에 의해 국민에 가해지는 조직적 범죄행위이
며, 국민에 대한 직접적 공격행위로 정.경.언 유착보다 훨씬 더 심각한  인권침해이
며, 훨씬 더 중요하고 본질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정경유착은 5공 청문회때부터 그 진상이 계속해서 밝혀져왔고, 그
전모가 역사적으로 상당히 밝혀지고 정리됐다고도 말할 수 있지만, 도청은 지금까지
의혹만 있었을 뿐이지 한번도 구조적으로 이 문제가 파헤쳐진 일이 없다"며 "권력의
불법인 도청문제야말로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이 없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강
조했다.
    도청테이프 내용 수사와 관련, 노 대통령은 "(도청테이프) 그 안에는 처벌을 위
한 수사의 대상이 되는 것, 사실확인을 위한 조사의 대상이 되는 것, 사생활 보호의
대상으로서 묻어둬야 되는 것들이 엉켜있을 것"이라며 "수사할 것은 지금 다 수사할
것이며, 수사의 선후에 관한 문제가 중요한게 아니고 하느냐  안하느냐가  중요하며
그 문제는 법무부과 검찰을 믿고 있다"고 말했다.
    테이프 내용 공개에 대해, 노 대통령은 "도청에 관한 문제는 다 공개될  것이지
만, 테이프 내용을 어디까지 공개하고 어디까지 공개하지 않을 것이냐는 법에  따라
야 하며, 법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며 "국민 70%가 공개를 요구하고 있고, 사회정의
를 위해 반드시 밝혀져야 될 구조적 비리문제가 들어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
자면 국회에서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특검과 특별법, 수사와 공개는 별개의 문제"라며 "특검이 (내용을)
공개할 수가 없으며, 자료의 공개.비공개, 자료 관리, 이후 자료보존.폐기 등  이런
문제들을 특별법이 정해줘야 되며, 국회가 나서야 된다"고 말했다.
    참여정부의 도청 여부와 관련, 노 대통령은 "(국정원이) 자체조사하고 있고, 병
행해서 검찰이 조사를 하는 만큼 그 결과를 보고 참여정부의 도청 여부를  확인하면
될 것"이라며 "검찰조사를 보고 의혹이 있거나, 믿기 어려운 징표들이 있다고  할때
그때는 특검이나 국정조사를 하든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 도입 주장과 관련, "특검대상이  도청사건인
지 내용인지 특정돼 있지도 않고, 테이프 내용의 사건이 몇건인지도 모르고, 사건의
동일성이 특정되지도 않다는 점도 문제이며, 더욱이 우리 검찰이 수사를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특검 반대 입장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어 "대통령으로서 정부조직을 함부로 무력화시키는데 대해  동의
할 수 없다"며 "야당이 그냥 의심스럽다 하면 그냥 특검이 바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어느 정도 의심스러운 단서가 있을 때 특검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