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만공사(IPA:Incheon Port Authority)가 드디어 오늘(11일)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한다. 바야흐로 인천항에도 민간운영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1883년 개항 이래 지금까지, 100년이 넘는 실로 오랜 기간 정부가 좌지우지해온 인천항 개발 및 운영을 이제 다양한 민간전문가들-초창기이기 때문에 해양수산부 공무원 출신 직원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지만-로 구성된 공사가 맡는다.
철저한 민간기업경영방식이 도입, 운영됨에 따라 시스템의 변화라는 측면에서 가히 ‘혁명적’이라 할 수 있으며, 정부가 틀어쥐고 있던 구조 때문에 사실 그 동안 ‘인천’이 아니었던 ‘인천항’이 ‘인천시민’의 품으로 온전히 돌아올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된 것이다.
정부는 지난 1999년 3월 국무회의에서 인천항과 부산항을 우선 대상으로 우리 나라에도 항만공사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정부 주도의 항만 개발 및 운영체제로는 급변하는 국제물류환경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 국가들 간 갈수록 치열해지는 중심항만(Hub-Port) 경쟁에서 자칫 뒤쳐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가져온 결과였다.
지금 세계 주요 국가들은 엄청난 부가가치를 가져다주는 해운물류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서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무한경쟁을 펼치고 있다. 항만을 통해 과연 얼마 만큼의 부를 일굴 수 있는가 하는 좋은 사례를 우리는 변변한 자원하나 없는 동남아의 소국 싱가포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유럽과 동북아 항로를 잇는 길목이라는 지리적 잇점을 최대한 활용, 적극적이고 앞서가는 마케팅으로 컨테이너화물 처리 순위에서 부동의 세계 1위자리를 고수하고 있으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환적화물 유치를 통해 막대한 부가가치를 거두어들이고 있다. 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컨테이너터미널 운영기술을 수출, 세계 곳곳에서 부를 창출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속에서 미국 뉴욕·뉴저지항, 시애틀항, 프랑스 르아브르항을 비롯해 영국, 뉴질랜드 등 상당수 물류선진국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항만공사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으며 최근 동북아 해운물류분야에서 무서운 기세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도 이러한 점을 간파, 대대적인 항만시설확충 및 운영시스템 개선에 나서고 있다.
동북아 중심항 자리를 놓고 중국과 피할 수 없는 다툼을 벌여야 할 인천으로서는 대단히 중요한 시기에 항만공사 출범이라는 획기적인 전환기를 맞이하게 됐다. 국가 간 경계없이 5대양 6대주를 대상으로 펼쳐지고 있는 경쟁대열에 자신있게 합류할 수 있는 기본적인 조건을 갖추게 됐다.
그러나 ‘출범’ 그 자체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열쇠는 아니다. 앞으로 인천항을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더욱 중요한 문제다.
인천항만공사의 첫 키를 잡은 서정호 사장은 얼마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선사와 화주가 이용하지 않는 항만은 항만이 아니다”고 전제한 뒤 “IPA를 이들 이용자에게 최대한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밝혔다.
굳이 서 사장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배가 들어오지 않고 화물이 드나들지 않는 항만은 죽은 항만일 수밖에 없다. 뱃고동소리가 쉬임없이 들리고 항만근로자들의 고함소리가 시끌벅적해야 한다.
세계는 물론 국내의 수많은 경쟁항만을 제쳐두고 배(선사)와 화물(화주)이 인천항을 찾아오게 하기 위해서는 이들과 차별화된 편의를 제공해야 하는 일이 먼저다.
물론 비중은 크겠지만 항만공사 홀로 인천항의 서비스체계를 바꾸기란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공사를 중심으로 하역회사, 항운노조, 급수, 선식, 경비줄잡이, 예·도선 등 다양한 운영주체들이 공동의 책임의식을 갖고 양질의 서비스제공에 나서야 한다.
지금까지는 적자가 나더라도 정부가 보전해주었지만 이제부터는 고스란히 우리 인천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이인수·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