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하라. 보위부에 들어와 거짓말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보위사업방해죄까지 더해져 재판도 받지 못하고 공개총살 돼. 지난해

민둥산 밑에서 공개총살된 공병대대 노민석 선임하사 봤지? 인구 동무도

기렇게 되구 싶지 않으면 빨리 자백하라. 그 연애질 쪽지를 쓴 복순이란

에미나하고는 어드런 관계인가?』

 리상위의 말처럼, 복순 동무가 누구라는 것을 내 스스로 밝히면

공개총살형을 면할 수 있을까? 아니야 그건 내한테서 자백을 받아 내려는

리상위의 예심 수법일 뿐이야. 절대로 거기에 속아 넘어가서는 안돼.

 인구는 핏대를 올리며 다그치던 리상위의 말을 다시 되씹었다.

 『곽인구, 네가 입 다물고 있어도 금세 다 드러나. 지금 사단 보위부

일꾼들이 성복순이란 에미나이와 강영실이를 잡아왔어. 그 에미나이를

데리고 와야만 실토하갔는가?』

 만약 보위부 일꾼들이 복순 동무와 강영실 동무를 잡아왔다면 어드러케

될까? 리상위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면 내일이나 모레쯤 복순 동무와 영실

동무를 불러 앉혀 놓고 예심을 할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난….

 모든 것이 들통나면서 자신이 써낸 자술서마저 불신 받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되면 보위부 수사관들을 속인 죄로 심하게

구타당할 것이며 보위사업방해죄까지 덮어 쓴 채로 다시 자술서를 써야 할

것이다.

 그 때도 또 다른 말을 둘러대며 보위부 예심원(수사원)들의 끈질긴

추적을 피해 나갈 수 있을까?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위부 예심원들의 끈질긴 추적

앞에는 거짓 내용이 통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기럼 어드러케 해야 하나…?

 인구는 핏대를 올리며 다그치던 리상위의 말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빨리 대답하라. 그날 양곡 수령하러 가서 술 먹었지? 술 먹지 않곤

어드러케 그런 끔찍한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가? 그날, 부대를 출발해서

사고가 일어났을 때까지 동무와 사관장이 한 일들을 5분 단위로 자백하라.

복순이란 에미나이는 어디서 만났는가? 동무 얼굴에 다 적혀 있는데 왜 입

다물고 있는가? 빨리 실토하라. 계속 입 다물고 있으면 어떤 책벌이

동무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는가? 공개총살 돼. 지난해 가을에 있었던

반동 새끼 공개총살형 기억하지? 빨리 좋은 말 할 때 불어. 그날, 술

먹었지? 술 먹고 그 에미나이하고 부화질 했지? 내 말이 틀렸다면 량곡

수령하러 가서 차 몰고 다닌 곳을 말해 보라. 거기엔 분명히 동무의

얼굴을 기억하는 증인들이 있을 것이고, 그 증인들이 동무의 결백을

입증해 주면 풀려날 수 있어.』

 인구는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머리를 쥐어뜯으며 다시 침상에

드러누웠다. 어디론가 도망가서 이 절박한 순간만이라도 피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그것이 비록 어떤 죄악이 된다 해도 우선 이 다급한 이

위기만은 피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