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쩍새 우는 사연(41)

 『수의방역소나 장마당에 나가 수단껏 약을 구해 오라고 하면 그 부모들이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 사람 치료하는 군(郡) 인민병원에는 페니실린과 광폭항생제가 없는데 돼지나 소 같은 가축들 전염병 예방하는 수의방역소에는 어떻게 그런 의약품들이 있을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지 않겠는가? 그러다 궁금증이라도 풀어보자고 그 실상을 묻기라도 한다면 간호장은 뭐라고 대답하겠는가?』

 김재순 과장은 아편에 취해 세상 모르고 자고 있는 강혜기 동무를 지켜보다 고개를 들었다. 간호장이 또 다그쳤다.

 『공화국 사회는 어느 병원을 찾아가도 만성적 의약품 부족 현상 때문에 병원을 찾는 대다수 인민들이 그와 같은 고통을 받고 있다고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야지 계속 감출 수는 없지 않습네까? 그 와중에서도 수의방역소는 인민군대에 보내는 돼지들의 질병과 전염병 방지를 위해 지도자 동지가 특별히 지시를 내려놓았기 때문에 도(道) 병원이나 군(郡) 인민병원보다 페니실린이나 광폭항생제를 우선적으로 공급받는다고 사실을 이야기해 주면 피해자 부모들도 알아들을 것입네다. 기러니까니 뒷일 걱정 마시고 빨리 피해자 부모와 담화하시라요. 시간 없습네다. 아편에 취해 곯아떨어져 있지만 이 려성 동무는 지금 이 순간도 생식기가 곪아터지고 있단 말입네다. 세상에 이보다 더 기막힌 일이 어디 있습네까?』

 김재순 과장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성폭행 당해 질구(膣口)가 찢어지고 파열되어 다시 꿰맨 환자에게는 꿰맨 부위의 화농을 막기 위해서도 페니실린이나 광폭항생제 (광범위항생제) 주사가 시급했다. 그러나 낙원군 인민병원에는 강혜기 동무한테 주사할 페니실린이나 광폭항생제가 없었다. 그렇다고 피해자 부모에게 푸념이나 늘어놓으며 그 뒷일을 떠넘겨 버릴 수도 없었다. 그렇다면 병원은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가 말이다.

 병원은 그야말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6기 4차회의(1980년 4월 개최)에서 제정된 인민보건법의 법조문처럼 전반적 무상치료제의 전위기구(前衛機構) 역할을 하며 전 인민의 보건 위생과 건강을 책임져야 하는 국가기관이었다. 그런데 악질 청년들의 폭력적 부화질 행위에 질구가 찢어지고 파열되어 생식기 전체가 곪아터지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도 약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의사이기를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괴로웠다. 기술부원장실로 올라가 담화신청이라도 해 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으나 피해자 신원확인이나 끝내놓고 보자는 생각이 들어 환자부터 옮기라고 했다.

 『저 사람들 보내놓고 외과 정남숙 과장과 담화해 볼 테니까 이 동무 진료실로 옮겨.』

 간호장이 그때서야 얼굴을 펴며 환자복을 입고 누워 있는 강혜기 동무의 매무새를 고쳐 주었다. 산발이 되다시피 한 머리카락을 빗질해 넘겨주고, 두 다리와 허리를 묶어놓은 모습을 감추기 위해 담요를 가지고 와서 가슴 아래를 다시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