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쩍새 우는 사연(40)

 『외부에서 급작스럽게 들이닥친 정신적 공포감이란 행실 나쁜 청년들이 떼거리로 몰려다니다 연약한 려성 동무들이 보이면 갑자기 입을 틀어막아 인적 없는 곳으로 끌고 가 신체를 구타하며 옷을 벗기거나 성적으로 유린하기 위해 입에 담을 수 없을 만큼 잔인한 행각을 벌이며 려성들에게 극도의 수치감과 공포감을 안겨 주는 상황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육체적 충격이란 성적으로 굶주리고 도착증세가 있는 악질 청년들이 야수처럼 련략한 려성을 윤간한 상태, 다시 말해 려성의 가장 은밀한 생식기 입구가 찢어지고 파열되고 어혈들어 망가진데다 속으로는 혼음한 수컷들의 정액으로 더럽혀져 회생 불가능한 상태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제 무슨 말인지 료해가 됩니까?』

 김재순 과장은 자신도 모르게 분노가 치미는 듯 또 물을 마셨다. 수사일꾼도 그때서야 이해가 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김재순 산부인과 과장이 다시 말을 이었다.

 『병원장 동지는 강혜기 동무의 피해상태를 부모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피해자의 앞날을 위해서 내린 특별조치이지요. 그렇지만 이번 사건의 수사를 책임진 안전부도 한 사람 정도는 강혜기 동무의 피해상태를 분명하게 알아야 된다는 생각이 들어 병원장 동지의 거듭된 당부말씀도 제쳐 두고 담당 의사의 직권으로 진실 그대로를 말씀드렸습니다. 앞으로 강혜기 동무의 앞날에 도움이 되지 않을 일들은 가급적 함구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럼 강혜기 동무가 누워 있는 이동침대를 이쪽으로 끌고 나올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김재순 과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수술실로 들어갔다. 간호장과 수양의(수련의)가 강혜기 동무가 누워 있는 이동침대 곁에서 과장의 지시를 기다리며 대기했고, 두 팔과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게 침대에다 붕대로 묶어놓은 강혜기 동무는 파열된 질 수술을 받은 뒤 아편이 든 신경안정제를 맞고 세 시간이 넘도록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수술 부위의 화농(化膿)을 막기 위해서도 앞으로 며칠간은 항생제를 주사해야 되는데 약은 없고 어쩌면 좋지?』

 김재순 과장은 잠든 강혜기 동무를 지켜보다 성폭행 당한 환자의 응급수술 후의 화농을 염려했다. 곁에 서 있던 간호장이 비장한 각오를 한 듯 한 마디를 던졌다.

 『보호자한테 말해 장마당이나 수의방역소 같은 데를 찾아가 뇌물을 고여서라도 페니실린이나 항생제를 구해 오라고 해야지요. 계속 아편에만 매달릴 수는 없잖아요?』

 『간호장, 너도 딸 가진 어머니 아니니? 어떻게 이 동무의 다친 상태를 부모에게 세세하게 다 말해주니?』

 『그래도 부모한테는 사태의 심각성을 알려 주고 같이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지 과장 동지 혼자 어떻게 이 일을 다 감당합니까? 군 인민병원에 페니실린과 항생제가 씨가 말랐다는 것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데….』

 간호장은 또 포오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