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후 1시30분 인천시 남동구 고잔동 771 ‘남동공단 유수지’(이하 남동 유수지). 둑에 서자 바람을 타고 온 악취가 코를 찌른다. 물가로 다가간다. 썩은 냄새가 진동한다. 물가 바로 옆 지표면에 발을 내딛는다. 스펀지를 밟은 듯 발이 푹푹 들어가더니 발을 떼자 지표면이 다시 올라온다. 지표는 주황색과 검정색의 기름 때로 얼룩져 있다.
 비가 오거나 수면이 정상수위를 넘을 때 이 남동 유수지 물은 바다로 흘려보내진다. 얼마전 매립기공식을 가진 송도 5·7 공구 쪽이다. 물은 5·7공구와 붙어있는 LNG인수기지 진입로 쪽으로 방류된다. 공유수면을 매립해 조성하는 5·7공구 198만 평은 2007년 말 완공된다. 세계적 국제도시로 부상할 송도 국제도시에 썩은 물이 스며들고 있는 것이다. 남동구청 재난방재과 관계자는 “남동 유수지는 기본적으로 자연 배수”라며 “비가 오거나 수위가 넘을 때 갑문을 열어 물을 흘려보낸다”고 말했다.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이 지난 달 조사한 남동 유수지 수질 측정 결과를 보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이 260㎎/ℓ으로 하천수질 5등급 환경기준(10㎎/ℓ 이하)의 26배를 넘었으며 총 질소는 86㎎/ℓ으로 호소 수질 환경기준(1.5㎎/ℓ이하)보다 57배를 상회했다. 총인도 22.3㎎/ℓ으로 호소 수질 환경기준 0.15㎎/ℓ보다 148배를 넘어섰다. 이처럼 수질이 악화한 것은 승기하수종말처리장으로 가야 할 공장폐수와 생활오수가 ‘오접’(우수관에 하수관을 잘못 연결함)으로 남동 유수지에 스며들고 있기 때문이다.
 장마 등 재해 대비를 위해 지난 1985년 조성된 22만5천 평 규모의 남동 유수지는 1, 2 유수지로 나뉘어 있다. 저유량은 각각 378만t과 49만t으로 20여 년간 오폐수가 흘러드는 바람에 바닥에 쌓인 쓰레기 양도 엄청나다.
 그러나 수질 개선은 엄두를 못 내는 상황이다.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 할 지, 또 돈은 얼마나 들어야 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근본적인 수질개선 대책을 마련해야 할 인천시가 소극적이어서 수질개선은 요원한 상태다. 문제는 지금까지 그럭저럭 바다 쪽으로 방류를 해왔으나, 최근 기공한 5·7공구에 영향을 주게 된 만큼 서둘러 수질개선에 나서지 않을 경우 국제도시가 아니라 ‘썩은 도시’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남동 유수지 관리가 일원화되지 않은 점은 특히 수질개선을 어렵게 하는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수질 전체 관리는 시 공단관리과가, 배수문 관리·수질오염·시설물은 남동구청이 각각 맡고 있다. 이 때문에서 시와 구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눈치만 보는 상황이다.
 시는 궁여지책으로 오는 2007년 말까지 241억 원을 들여 ‘하수관거 정비사업’을 계획 중이다. 오접을 바로 잡아 남동 유수지로 스며드는 오폐수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남동 유수지 바닥에 쌓인 오니 문제는 여전히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오니를 퍼내지 않는 한 물이 썩어 들어가는 ‘부영양화’는 계속 진행될 수밖에 없다.
 남동 유수지를 승기천과 별개로 논의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남동 유수지 자체가 승기천을 타고 내려온 물이기 때문이다. 길이 6.2㎞, 폭 45∼110m의 승기천은 현재 오염과 건천화로 자연형 생태하천으로 복원하려는 노력이 ‘인천시 하천살리기 추진단’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다.
 시는 현재 승기천 양쪽의 오접한 우수관 18개에 ‘찬넬’을 설치해 오폐수 유입을 간헐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오폐수가 흘러들 가능성이 적어지긴 했다. 그러나 우기 때인 6∼9월을 제외하곤 언제나 물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제대로 된 하천 모습을 갖추기 위해선 하루 평균 8만㎥의 물이 흘러야 하는데 현재 6만7천∼7만5천㎥가 부족하다. 이러다 보니 승기천은 말라가고 있고, 남동 유수지는 유수지대로 썩을 수밖에 없는 것.
 남동 유수지 수질을 개선하는 첫 번째 방법은 승기천에 맑은 물이 흐르도록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오폐수를 정화해 승기천 상류로 끌어올린 뒤 다시 승기천을 타고 내려오도록 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동시에 남동 유수지 바닥의 오니를 긁어내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작업은 그러나 엄청난 노력과 시간, 돈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 계획대로 ‘도심 속에 철새가 날아드는 하천 승기천’, ‘연인들이 탄 하얀 보트가 둥둥 떠다니는 남동 유수지’를 만들기 위해선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환경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김진국기자 blog.itimes.co.kr/freebi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