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쩍새 우는 사연(38)

 말없이 수사일꾼 뒤를 따라가던 정기택 안전원도 풍문으로만 듣던 수의방역소를 처음 본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장마당에서 암암리에 거래되는 페니실린이나 마이신 같은 항생제는 대개가 저 수의방역소에서 밀반출 된 약품이라는 말이 안전부 내에 공공연히 나돌고 있는데 지도원 동무는 들은 적이 없습네까?』

 수사일꾼이 원무과 책임지도원의 뒤를 따라 군 인민병원 후문 안으로 들어서며 물었다. 책임지도원은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 몰라 순간적으로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다 어색한 표정으로 얼버무렸다.

 『길세요. 나도 기런 말을 몇 번 듣긴 했으나….』

 자기 소관이 아니라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다며 책임지도원은 달아나듯 산부인과 진료실로 들어갔다. 수양의(수련의)에게 진료지시를 내리고 있던 김재순 과장이 눈이 똥그래진 표정으로 책임지도원을 바라보았다.

 『왠일이야요? 날래 안으로 들어오라요.』

 50이 넘어 뵈는 김재순 과장이 하얀 위생복을 여미며 서너 걸음 문 쪽으로 걸어 나와 책임지도원을 반겼다. 주름이 자글자글 끓는 듯한 그녀의 눈 꼬리 밑으로는 어느새 남동생을 대하는 듯한 정다운 웃음이 깔리고 있었다.

 『나 좀 보자우요.』

 7~8년 정도 연상으로 보이는 김재순 과장을 스스럼없이 끌어당기며 책임지도원은 강혜기 동무의 부모와 안전부 수사일꾼들이 피해자 신원을 확인하기 나왔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재빨리 병원장의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알았으니끼 내한테 맡기고 어서 안으로 들어오라고 해.』

 산부인과 과장은 일행들을 안으로 불러들였다. 그리고 수양의와 간호장을 불러 강혜기 피해자가 누워 있는 병상 곁에서 대기하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이내 안으로 들어갔다.

 『이쪽으로 좀 앉으시라요.』

 산부인과 김재순 과장이 수사일꾼과 정기택 안전원에게 의자를 내밀었다. 관리위원장 부부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김재순 과장의 눈치만 살피며 원무과 책임지도원 옆에 서 있었다. 김재순 과장은 책임지도원에게도 관리위원장 부부와 함께 진료실 입구에 있는 보조의자에라도 좀 앉으라고 말했다. 책임지도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관리위원장 부부와 함께 보조의자쪽으로 다가가 앉았다. 그러자 김재순 과장은 자기 자리로 돌아와 수사일꾼을 향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조금 있다 직접 보시면 아시겠지만 지금 강혜기 동무는 부모형제들도 알아보지 못할 만큼 정신착란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간헐적으로 자지러질 듯한 비명과 헛소리를 내면서 발작을 일으키기 때문에 이동철제침대에 몸을 묶어놓고 있는 상탭니다. 이처럼 심각한 상태이기 때문에 강혜기 동무를 진료실로 데리고 온다 해도 보호자들 역시 말 한 마디 건넬 수 없습니다.』

 다짐받듯 김재순 과장은 잠시 말을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