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바치는 기도(2)

 -한번 총살형을 받으면 두 번 다시 태어날 수 없는 것이 사람의

목숨이다. 동무들을 공개 총살시키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보위부

놈들은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 백정들이다…. 동무들! 빨리 달아나라.

여기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은 도, 동무드리 젊음을 바, 바칠 곳이 못

된다아….

 공병대 선임하사가 목이 터져라 외치며 발버둥치자 곁에 섰던 경무들의

몸놀림이 한층 빨라졌다. 그들은 집행관이 던져 준 포승줄로 선임하사의

가슴과 허리, 그리고 종아리를 나무기둥에다 묶었다. 그리고 선임하사가

소리치지 못하게 솜뭉치로 그의 입을 틀어막아 재갈을 물렸다.

 선임하사는 발악하듯 솜뭉치를 뱉어내며 상체를 비틀었다. 그러나

역부족이었다. 경무들은 선임하사가 더 요동치지 못하게 가슴부위의

포승줄을 더 단단하게 당겨 맨 뒤 흰 보자기로 얼굴을 덮어 씌웠다.

그래도 공병대 선임하사는 온 몸을 들썩거리며 몸부림쳤다. 경무들은

버둥대는 공병대 선임하사의 두 다리와 발목마저 끌어당겨 기둥에다

단단히 포박했다.

 인구는 포박된 공병대 선임하사의 모습이 처참해 고개를 돌렸다. 그의

곁에 앉은 병사들은 겁먹은 표정으로 경무들의 빠른 손놀림을 지켜보고

있었다. 공병대 선임하사는 순식간에 가슴과 허리부분까지 기둥에 꽁꽁

묶인 신세가 되었다. 그래도 공병대 선임하사는 안간힘을 다해 전신을

비틀며 몸부림쳤다.

 공병대 선임하사가 옴짝달싹 못하게 이중삼중 포박되자 집행관이 나와

다시 뭐라고 외쳤다.

 인구는 외쳐대는 집행관의 말소리는 알아듣지 못한 채 묵묵히 앞만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 앞에 앉아있던 하전사들 몇 명이 총창으로 찔러

죽여야 된다느니, 돌로 쳐죽여야 된다느니 하면서 소리를 질러댔다.

인구는 그런 선동꾼들의 모습이 야수같이 느껴져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때 자동소총을 든 저격수 2명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들은 공병대

선임하사가 묶인 나무기둥에서 이만큼 떨어진 곳에서 일렬 횡대로 서서

거어총을 했다. 소란스럽고 왁시글 왁시글하던 벌판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민족반역자 노민석을 향해 쏴!

 집행관이 총을 든 저격수들을 바라보며 큰 목소리로 외쳤다. 거어총

자세에서 공병대 선임하사를 겨누고 있던 1번 저격수의 총구에서 고막을

찢는 총성과 함께 세 발의 총탄이 연기를 뿜었다. 뒤이어 2번 저격수의

총구에서도 타앙 탕 하는 총성과 함께 세 발의 총탄이 연기를 내뿜었다.

알싸한 화약 냄새가 사라지기도 전에 자동소총을 든 저격수들은 또다시 세

발씩, 세 차례에 걸쳐 아홉 발을 쐈다. 자동소총으로 쏜 열 아홉 발의

총탄을 한순간에 맞은 선임하사는 으아악 하고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붉은

선혈을 내뿜다 고개를 떨어뜨렸다.

 인구는 피범벅이 된 채로 숨을 거두는 공병대 선임하사의 모습이 너무

처참해 고개를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