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마한 수지침 하나로 사랑을 심고, 조그만 뜸 한 조각에 희망을 불태운다’.
 ‘봉사’를 마음에 담아 실천으로 옮기는 경우는 드물다. 요즘같이 경제가 어렵고 이웃 간에 사랑이 희박해질 때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수지침과 뜸만으로 지역 공동체에 온기를 불어넣는 봉사 단체가 있다. 10명도 안되는 소규모지만 10여년간 꾸준히 이웃 사랑을 실천해온 단체, 바로 부평지역에서 활동 중인 ‘수봉회’다.
 ‘수지침 봉사 동호회’의 줄임말인 ‘수봉회’는 지난 1996년 인천여성문화회관 수지침 강좌에서 시작된다.
 당시만 해도 수지침은 널리 알려지지 않은 민간 요법 중 하나로 일반인이 쉽게 접근하기 힘들었다. 회원들도 그저 호기심을 갖고 ‘가족 건강을 내 손으로 지켜보자’는 취지에서 수지침을 배웠다.
 수지침 강좌 1기생으로 지금껏 수봉회 회원으로 활동 중인 정정숙(46·여)씨는 “처음 수지침을 배울 때는 봉사 활동까지 이어지게 될 것이란 생각은 못했다”며 “이제는 수지침만으로도 지역을 위해 조그만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처음 이들이 봉사를 나갈 때만 해도 ‘과연 3개월 과정을 이수하고 남을 위해 수지침을 놓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런 ‘두려움 반, 불안함 반’을 말끔하게 없앨 수 있던 계기가 찾아왔다. 평소 여성문화회관 수강생들이 자원봉사 활동을 펴왔던 부평구 갈산동의 YMCA 복지관 1층 노인정을 방문하면서부터다.
 정씨는 “손이 저리다는 할머니와 소화가 안된다는 할아버지를 만났을 때 수지침에서 배웠던 것들이 떠오르더라고요. 그래서 서툰 솜씨로 2∼3개월 꾸준히 수지침과 뜸을 놓은 것이 할머니, 할아버지들께 큰 도움이 됐어요”라고 말했다.
 이 때부터 수지침 강좌에서 배출된 회원들이 모여 YMCA 복지관에서 2년 간 수지침 봉사를 한 것을 비롯해 각종 자원봉사활동을 시작했다. ‘한 곳에서 봉사하는 것도 좋지만 여러 노인정과 복지관을 돌며 많은 사람이 수지침의 혜택을 받게 하자’는 회원들의 의견에 따라 2년 주기로 한번씩 봉사지역을 바꿨다. 지금껏 그들의 수지침 혜택을 받은 곳만 부평구 삼산복지관 인근 노인정과 부평4동 노인정, 부평 협성원 등 다수다.
 거기에 인천에서 큰 행사라도 열리게 되면 어김없이 수봉회의 수지침과 뜸이 톡톡한 효과를 발휘한다. 이들의 수지침 봉사활동이 거쳐간 행사만 해도 지난 1999년 인천에서 열린 전국체육대회와 다음해 소년체전, 장애인체전을 비롯해 2000년 세계 춤 축제, 2002년 월드컵 등 다양하다.
 이밖에 서구 석남동 온정의 집에서는 세탁 봉사를 펼치는 등 지역 봉사에도 앞장선다.
 회원 김월태씨(57)는 “150여 명이 넘던 회원들이 IMF 당시 생계 문제 등으로 수봉회 활동을 잠시 접었지만 요즘은 다시 봉사를 하고 싶다는 문의를 한다”며 “손이 저리시던 할머니가 수지침으로 말끔히 나아졌다며 두 손을 꼭 잡아줄 때 봉사활동을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작은 침과 뜸이 하찮은 것에 불과할 지도 모르지만, 변함없는 정성으로 맥을 이어온 수봉회의 활동은 얼어붙은 이웃 사랑을 치유하는 ‘인술’ 그 자체다. /이주영기자 blog.itimes.co.kr/leejy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