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사의 인천 대화가 남긴 과제 / 이인석 인천발전연구원장
손학규 경기지사가 지난 주 ‘새얼 아침 대화’에서 ‘글로벌 시대의 국가발전 전략’을 주제로 한 강연은 인천 시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 주었다. 특히 그의 진솔한 정치관, 경제관, 사회관에 감동을 받은 사람이 적지 않다. 타지역 자치단체장이 인천에 와서 국가의 장래, 지역의 발전 문제를 앞에 놓고 인천시민들과 대화하기는 경기 지사가 처음이다. 외국의 도시들과는 자매 우호 결연 등 각종 교류가 활발하면서도 자기의 이웃 도시나 지역과 손을 잡고 협력하는 지자체를 찾아보기 힘든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오랫동안 중앙 정부의 얼굴만 쳐다보고 살아왔고, 최근에는 분권의 흐름이 빨라지면서 지역주의가 새롭게 팽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자기 울타리 밖 지역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는 것도 이유 중 하나이다. 그런 점에서 손지사의 인천 출연은 자치단체들 사이에 가로 놓여 있는 심리적 장벽을 허물고 교류와 협력의 장을 열어 놓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손지사가 강조했듯이 글로벌 경제의 특징은 개방과 지역 통합이다. 경제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지금은 폐쇄는 바로 쇠락을 의미하며, 어느 국가도 혼자서는 글로벌 물결을 헤쳐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유럽 어디를 봐도 국경이 보이질 않는다면서, 오늘의 유럽통합은 견원지간의 독일과 프랑스가 손을 잡고 협력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제 물결은 도시와 지방에도 밀려들어와 도시 클러스터나 도시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추세이다. 서로의 강점은 살리고 약점은 보완하여 공동 번영의 길을 찾기 위해서이다. 국경이 의미를 잃듯이, 행정 경계도 점차 퇴색하여 한 나라 안에서도 도시간 협력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도시간 협력은 우리에게는 비교적 낮선 이름이다. 분권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중앙의존이 강하게 남아 있어 이웃 도시들과 협력에 생각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지자체보다 협력 가능성이 많은 경기도와 인천인데도 서로 얼굴을 맞대고 공생 공영을 논의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협력 보다는 오히려 경쟁에 익숙한 편이다. 경기도라고 하면, 인천은 몇 년 전 국제전시장 유치경쟁에서 고배를 마신 쓰라린 경험을 떠올리곤 한다. 경기도로 인해서 입은 심상(心傷)이 협력의 시야를 가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정치권까지 가세하여 항만 기능을 둘러싼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인천 경제자유구역을 바라다보는 경기도의 심정이 편치만 않은 것 같다. 그러나 경쟁은 도시나 지역 발전의 동력이며, 경쟁을 통해 균형발전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도시나 지역간 경쟁은 오히려 권장해야 할 일이다. 따라서 경기나 인천 모두 자신의 강점을 더욱 더 강하게 드러내어 전세계의 기술과 자본, 그리고 인재들을 불러들이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경쟁만 있고 협력이 없다면, 어느 쪽도 글로벌 시대의 주역의 자리에 오르기가 힘들다. 더욱이 지방주의와 유아독존만을 강조한다면 종국에 가서는 국가의 발전에도 손해를 입히게 된다. 따라서 경기나 인천은 각자의 우위를 통하여 서로 보완하는 발전 전략을 짜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공업화 1세대라 할 수 있는 인천은 상품과 사람, 자본이 모여드는 관문 도시로 탈바꿈해 나가고 있다. 서해안의 대문이라는 지리적 위치와 공항과 항만, 그리고 내륙과 연계되는 교통망을 갖춘 경제적 지위가 합쳐져 인천을 중국과의 교량지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은 모방할 수 있지만, 인천의 지경학적 위치는 흉내낼 수가 없는 것이다. 공업이 날로 집중되고 있는 경기도는 이 같은 인천의 관문 기능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인천 역시 밖으로는 동북아로 시야를 넓혀 관문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안으로는 주변 지역의 경제발전을 견인할 수 있어야 한다. 경제자유구역 조성에 따라 창출되는 막대한 경제 에너지를 주변 도시로 확산하여 새로운 제2의 경인 성장축을 형성하는 것이다. 점에서 점으로 연결되고, 선에서 면으로 확대해 가는 발전 전략은 앞으로도 유효하다. 따라서 인천은 지역발전과 전국 발전을 함께 생각해야 하며, 그것이 나아갈 길이다. 안상수 인천시장도 경기 도민들에게 인천의 비전과 발전 전략을 피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