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쩍새 우는 사연(34)

 화물자동차는 인민병원 본관 앞에서 정차했다. 차가 멎자 운전석 옆에 앉아 있던 낙원군 사회안전부 감찰과(수사과) 수사일꾼이 내려왔다. 그는 짐칸에 타고 있던 사람들을 모두 내리라고 했다.

 우당리분주소에 복무하는 정기택 안전원이 제일 먼저 내려 왔다. 그 뒤를 이어 우당리협동농장 송기수 농장원 부부와 관리위원장 부부가 차례로 내려왔다. 관리위원장 안해는 연신 코를 훌쩍거리며 움켜쥐고 있는 손수건으로 눈 밑을 눌러댔다.

 일행은 안전부 수사일꾼의 뒤를 따라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 병원 복도 안쪽에서 풍겨오는 매스꺼운 소독약 냄새와 싸늘한 냉기가 싫은 듯 송기수 농장원 부부는 심하게 잔기침을 해댔다. 관리위원장은 계속 훌쩍거리고 있는 안해를 마땅찮은 눈으로 흘겨보며 말없이 뒤따라갔다. 그때 병원 현관으로 급히 내려오던 원무과 책임지도원이 그들을 알아보고 앞서 들어오는 수사일꾼 앞으로 다가왔다.

 『피해자 가족들입네까?』

 안전부 수사일꾼이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원무과 책임지도원이 손을 내밀며 웃음을 보였다.

 『수고가 많소. 피해자 가족들은 저기 장의자에서 좀 기다리라요. 기카구 동무는 나와 같이 병원장실로 올라갑세다….』

 책임지도원은 우당리분주소 정기택 안전원과 피해자 가족들을 병원 현관 복무대 옆에 있는 장의자에 앉아 기다리게 했다. 그리고는 수사일꾼과 함께 병원장실로 올라갔다. 기술부원장과 경리부원장을 마주 보며 담화를 하고 있던 병원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서 오시오. 모내기전투가 한창인데 폭력 부화질사건까지 발생해 고생이 많소?』

 병원장은 수사일꾼이 자리에 앉자 조금 전 안전부장과 나눈 전화통화 내용을 전달해 주었다.

 『안전부장 동지는 어젯밤 우당리농기계관리소 뒷산에서 발생한 청년돌격대원들의 악질적 반당(反黨) 부화질행위 내용이 밖으로 새나가지 않게 피해자와 그 가족과의 대질조회 때도 각별히 신경을 써 달라는 말씀이 있었소. 말이라는 것은 입 밖으로 나가는 순간부터 새끼를 치며 터무니없이 와전되니까 말이오. 그러니 피해자의 가족들에게도 수사에 꼭 필요한 신원확인만 받고 사건의 세세한 내용이나 피해정도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마시오. 자식들이 어쩌다 그런 봉변을 당했다는 사건개요 정도나 알려 주면 되지 사실 자세한 피해내용은 알려줘 봤자 서로 마음만 아플 뿐 자식들의 장래에도 도움이 될만한 일은 없으니까 말이오….』

 기술부원장과 경리부원장이 맞는 말이라며 맞장구를 쳤다. 병원장은 다시 말을 이었다.

 『지금 피해자들은 구급실에서 응급수술을 받고 회복실로 넘겨져 있소.』

 『부상이 심합네까?』

 잠잠히 듣고만 있던 수사일꾼이 물었다.

 『그렇소.』 하며 병원장은 한숨부터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