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재난대비 국제정세 살펴야
   방홍일 bang@hanmail.net
쓰나미와 관련된 수많은 기사 중 유독 눈에 띄는 기사가 있다. 그것은 거대한 해일 앞에 동물들은 거의 죽은 흔적이 없었고 원시 부족들 또한 육감으로 미리 대피했다는 것이다. 동물들은 자연현상의 변화를 본능적으로 느껴 재앙을 피할 수 있었고 원시 부족들은 바람과 새들의 날갯짓을 통해 자연현상을 파악하는 지혜를 발휘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자연에 대해 귀가 어두웠던 문명인들에 비해 동물들이나 원시부족은 자연을 향해 항상 귀가 열려 있었던 결과이다.
쓰나미와 다름없는 에너지 재앙이 우리나라를 향해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 또한 기후협약이라는 후폭풍도 만만치 않다. 자원빈국인 우리나라의 경우 그 재앙이 쓸고 간 자리는 폐허가 될 게 분명하다. 이미 선진국들은 이에 맞서기 위한 대비에 분주하다. 미국은 ‘원전 2010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의 도래를 예고하고 있다. 총 52기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는 일본은 2011년까지 원전의 비율을 41%까지 끌어 올릴 계획이고 사용후연료 재처리 시설의 준공을 앞두고 있다. 전 세계가 두려울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조차 2020년까지 매년 원전 2기 건설이라는 야심 찬 계획을 가시화시키고 있다. 원전 의존율이 77%인 프랑스는 이미 중국 진출을 겨냥하고 있고 핀란드나 스위스는 신규건설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의 원자력 발전에 대한 논쟁은 명분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나 그렇게 지연되는 사이 어느새 에너지 재앙이라는 해일이 우리나라를 덮고 말지도 모른다. 그 때는 후회해도 이미 늦다. 우리나라는 국제경쟁력을 잃고 복구하기 힘들 정도로 경제에 큰 타격을 입을 게 불을 보듯 훤하다.
재앙은 시간을 맞춰 오는 것도 아니고 기다려 주지도 않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주위환경과 흐름에 본능적으로 귀를 세우고 지혜를 모았던 동물들과 원시부족들처럼 우리도 이제는 국제 에너지 정세에 눈을 밝히고 귀를 열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