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의 입사비리에 노동조합의 일부 간부가 개입됐다는 보도는 충격적이다.
무엇보다 돈이 됐든 권력이 됐든 ‘없는 사람들’의 이해를 대변한다는 데에 기대온 노동계의 도덕성 자체에 커다란 흠집을 낸 사건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또 그동안 우리사회에서 항상 비판의 대상이 돼 온 기득권층의 부정부패와 비리 사건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자신의 준거집단을 노동자로 여겨온 일반 대중에게 있어서는 더더욱 큰 실망감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한 편에선 자본주의 사회에서 파편화된 개개인이 갖는 사회적 힘은 미미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사태는 노동계 역시 엄연히 현존하는 우리 사회의 ‘파워집단’으로 자리매김 했다는 점을 분명히 확인시켜 준 사례로 남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따라서 노동계는 이번 사건을 단순한 악재가 아니라 스스로의 위치를 다시 평가하고, 활동의 방향을 스스로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쪽으로 슬기롭게 극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 방향성은 급여와 복지 등 경제적 조건을 둘러싼 싸움에 치중했던 지금까지의 투쟁 노선을 뛰어넘어, 우리사회 노동자 서민의 전반적 삶의 조건을 규정짓는 제반 사항들에 대한 비판과 대안의 제시에 더욱 집중돼야 한다.
사업장 투쟁에 국한된 활동이 아니라 각종 사회적 이슈에 대해 적극 개입하고, 미조직화의 한계로 인해 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활동에 더욱 힘을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같은 방향성은 특히 노동계의 투쟁과 파업 등을 바라보는 일반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따뜻한 지지’로 바꿀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방법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노동계가 특별히 신경써야 할 부분이다.
사회공헌기금으로 시작, 비정규직 관련 법과 국가보안법, 이라크 파병 문제 등 그나마 지난 해 노동계가 내세운 투쟁의 방향성이 이같은 문제의식의 발로였다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어쨌든 노동계는 이번 사태를 철저히 반성하고 슬기롭게 극복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럴 때만이 노동계가 요구하고 제시하는 우리 사회의 비전과 대안에 대한 민중들의 지지도 수반될 것이다. / 송영휘기자 ywsong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