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쩍새 우는 사연(33)

 혜기는 젖가슴을 다 드러낸 채 또 쓰러졌다. 한쪽 허벅지가 허옇게 드러나 있는데도 그녀는 가릴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두 팔을 가슴에 옹그려 붙이고 그녀는 사시나무 떨 듯 바들바들 떨고만 있었다.

 김만호 전사가 아랫도리 속에서 제 그것을 꺼내며 혜기 곁으로 다가갔다. 혜기는 그때까지도 두려움에 질려 바들바들 떨고만 있었다. 김만호 전사는 광기 어린 눈으로 혜기를 잠시 내려다보다 짐승처럼 혜기를 올라타고 탈탈탈 아랫도리를 떨어대기 시작했다.

 리상혁 전사와 박남철 전사는 알딸딸하게 술이 취한 눈으로 김만호 전사의 양공질 모습을 지켜보다 꿀꺽 침을 삼켜댔다. 그런 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미친듯이 아랫도리를 탈싹거려 대든 김만호 전사가 혜기의 몸에서 내려오며 말했다.

 『기러케 보지만 말고 너희들도 빨리 해.』

 김만호 전사가 혜기의 곁에서 물러나자 리상혁 전사가 박남철 전사를 쳐다봤다. 박남철 전사는 바위처럼 굳어 있는 모습이었다. 그는 리상혁 전사가 먼저 하겠느냐고 물어도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박남철 전사는 자신의 의사마저도 밝힐 수 없을 만큼 엉뚱하게 전개되는 상황 앞에 당황하고 있었다. 리상혁 전사는 박남철 전사의 그런 머뭇거림이 답답하기만 했다. 사내자식이 어떻게 그렇게 결정적인 순간에 전전긍긍하느냐고 시부렁거리며 그렇게 장승처럼 서 있으면 자기가 먼저 하겠다고 허리띠를 풀었다.

 『상혁이 끝나면 너도 빨리 해. 나는 오늘 밤새도록 저 간나하고 놀 거이야….』

 엎어져 탈탈거리는 리상혁 전사를 내려다보며 김만호 전사가 혼자 낄낄낄 웃었다. 그는 퍽이나 만족해 보였고 광기에 취해 있었다. 두서너 걸음 떨어져 말없이 김만호 전사를 지켜보던 박남철 전사는 먼 하늘로 시선을 돌렸다. 리상혁 전사 밑에 깔려 신음을 토해내는 혜기의 모습을 차마 눈뜨고 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리상혁 전사에게는 그런 모습이 안중에도 없었다. 그는 산 속에서 노루를 잡아 즉석에서 뜨끈뜨끈한 피를 빼먹는 포수들처럼 급하기만 했다. 그는 노루의 피가 식기 전에 빨리 빨아먹어야 하는 야수들처럼 혜기를 올라타고 식식거려댔다. 혜기는 젊은 사내들의 그런 광기를 받아주기도 힘겨운 듯 간간이 몸을 꿈틀거리다 그만 축 늘어졌다….

 『그 여성 동무가 지금 어케 되어 있는지 알고 있는가?』

 박남철 전사의 자술 내용을 정리하고 있던 책임지도원이 물었다. 박남철 전사는 말을 잊지 못했다. 책임지도원은 억이 막혀(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박남철 전사를 지켜보다 그만 물러가 꿇어앉아 있으라고 했다.

 『다음!』

 감찰과 책임지도원이 김만호 전사를 다시 불러 앉혀 예심(신문)에 들어갈 무렵이었다. 낙원군 인민병원 안으로 사회안전부 소속 화물자동차 한 대가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