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서가운동’ 2차년도를 맞으며/ 김경수 문화부장
‘인천책 독후감 공모대회’ 대상 수상작이 발표됐다. 해마다 일간지가 자사 신춘문예 당선작을 신년호 특집으로 싣듯이 인천일보도 올 1월1일자 지면에 당선자 인터뷰, 심사평을 곁들여 작품을 소개했다.
등단을 겨냥한 문학도들의 치열한 경쟁속에서 건져올린, 참신함 물씬 풍기는 창작품과는 애초부터 거리가 멀었지만 대회 수상작을 특집호 아이템으로 기획, 독자들에게 선보인 이유는 나름대로 독후감 대회가 갖는 특별한 의미 때문이다.
제목에서 보여지듯이 이번 공모는 반드시 ‘인천책’을 읽고 감상을 담아내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다 그 대상도 초·중·고생, 대학생, 일반인까지 인천시민 ‘모두’를 겨냥했다. 인천의제 21 실천협의회와 인천일보 주최에, 인천시, 인천시교육청, 인천시의회 후원이라는 외형상으로도 공신력을 입히려 애썼다.
지난해 11월1일부터 12월18일까지 한달 보름 남짓 공모한 결과 초등학생 461명, 중학생 133명, 고등학생 69명, 대학생을 포함한 일반부 88명 등 모두 751명이 접수, 높은 호응도를 나타냈다. 또 가려뽑는 작업이 녹녹치 않을 만큼 전반적으로 수준도 높아 처음 치른 대회로서는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얻어냈다.
“응모작 수준에 있어서도 만만치 않게 높아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인천과 인천 사람들의 삶을 인천책에서 드러내려는 주최측 의도도 충실하게 반영됐다. 대부분 인천인으로서의 애향심과 인천의 역사인식을 주제로 녹아냈다.” 본심을 맡은 소설가 이원규씨의 심사평이다.
문화재단이 주최하는 백일장에서부터 기초자치단체의 독후감 대회, 문화·예술단체 행사 등 한 햇 동안 지역에서 열리는 문학 공모대회가 손꼽을 수 없을 만큼 많다보니 ‘그 행사가 그 행사’로 별반 다를게 없다. 그럼에도 ‘인천책 독후감대회’는 분명 특별한 것이 있다.
대회의 시발은 1년여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3년 11월경 인천일보 편집국에서는 2004년 역점사업 중 하나로 인천사랑 범시민운동을 내걸고 ‘인천참모습 알기-30㎝ 서가운동’을 펼쳐나가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30㎝ 서가운동이란 지역내 서점에 ‘인천책’을 진열·판매할수 있는 책꽂이 공간 서가(書架)를 확보하자는 것으로 인천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도서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하는 데 언론이 앞장서자는 의도가 담겨있다.
곧바로 30㎝ 서가운동본부가 발족, 학계와 문화계 인사, 출판사 대표가 모여 실행위원회를 만들었다. 성과는 의외로 빨리 왔다. 지역내 150여 서점들이 회원사로 가입하고 있는 인천시 서점조합이 서가운동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공표했기 때문이다. 이후 일사천리로 서가가 설치, 구별 대형서점을 중심으로 두달 새 20여곳이 인천책 코너를 들였다.
서가운동을 알리는 시민 공청회도 열었다. 서점에 필요한 책들을 공급해주는 일에서부터 이용도 모니터링, 효과 파악 등 여타 일을 돕는 ‘시민실천단’이 구성됐다. 이어 인천의 공공도서관들도 서가설치 의사를 전달해 왔다. 인천시에서는 2차년도(2005년) 사업에 대한 공조를 표명, (비공식적이나마) 예산지원을 제안했다.
그런데 어느순간 ‘딱’하고 멈춰서더니, 좀처럼 진도가 안나갔다. 실행위원들은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고 뒷심을 더하기 위해 구상한 행사가 바로 ‘인천책 독후감 공모’다. 그동안 열심히 달려온 덕에 어느정도 양적으로는 축적, 대회를 통한 질적인 도약은 문제없으리라 내심 자신했다.
그러나 예측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시민들 상당수가 30㎝ 서가운동을 ‘낯설어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위원들 모두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공모 기간을 연장, 처음 모였던 그 마음으로 돌아가서 참여 독려를 위해 발이 닳도록 뛰어다녔다. 그렇게 한달이 갔다. 독후감 대회 성공은 그렇게 해서 얻어진 결과다.
2차년도를 맞아 2005년에는 할일이 많다, 서가운동을 더 열심히 알려야 하고, 이제는 서점뿐만 아니라 동사무소와 주민자치센터 등 공공기관, 금융기관이나 대형마트 등 다중이용시설에도 인천책 서가를 확보해야 한다. ‘인천한세기’(신태범 著) ‘인천지지’(이훈익 著) 같은 절판된 인천책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 복간도 올해 해야할 우선순위 사업이다. 그래서, 해를 연 이아침 벌써부터 마음이 바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