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역사학자들의 강화사 연구가 고려 무인정권의 강화천도 시기에만 집중되고 있어 강화사의 올바른 이해와 연구를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강화사는 지방사(地方史)로서 문헌자료를 벗어나 다양한 유물과 유적 등을 통한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인천시립박물관 주최로 6일 인천종합문예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고려시대 강화의 사회와 문학’이라는 주제의 학술대회에서 김용선 한림대 사학과 교수는 “기존의 강화사 연구는 천도(遷都)시기의 특정한 주제에 집중됐으며, 시기적으로도 39년에 국한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이제 강화사는 지방사로서 강화 호족세력의 연구, 강화와 중앙과의 관계, 지방지배구조 등 광범위한 연구가 필요하다”며 “강화는 무인정권과 함께 잊혀지는 지역이 아니라 고려후기에도 여전히 일정한 정치·군사적 기능을 담당한 지역으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강화의 유적과 유물에 대한 조사와 발굴, 보존의 문제는 기존 사료위주의 연구행태에서 벗어나 새롭고 다양한 역사적 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토대인 만큼 보다 체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박은경 인하대 교수는 ‘강화사 연구의 과제와 전망’이라는 주제발표에서 “천도기에 집중된 강화사 연구로 인해 필연적으로 생긴 강화사의 공백은 지방사 연구를 통해 보완돼야 한다”고 밝혔다.
 강옥엽 인천역사자료관 전문위원은 ‘강화천도와 그 배경’에 대해 “몽고항쟁기에 사직을 보존하려는 왕과 정권을 유지하려는 최씨정권, 무인들에 억압받던 신료들과 관인, 대몽항전 차원에서 반란을 일으켰던 일반민들의 복합적인 이해관계가 배경이 되고 있다”며 “고려인들의 희생을 담보로 한 고려왕조 지배시기의 지연과 항몽의지 천명 등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신안식 명지대학교 연구교수는 “강도사(江都史)는 신라시대의 경주를 제외하고 고구려 평양, 백제의 위례성, 고려 개경, 조선 한양과 같은 서해지역으로 형성된 우리나라 수도사의 역사적 의미와 더불어 일정한 위상을 지닌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학술회의에는 민현구 고려대 교수, 운용현 공주대 교수, 김용선 한림대 교수 등 고려사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업적을 쌓아온 최고의 석학들을 비롯 분야별 중견 역사학자 등 150여명의 역사학자들이 참석, 강화사 연구의 시금석을 마련했다는 평이다.
 이날 회의를 주관한 윤용구 시립박물관 학예실장은 “고려사를 주제로 한 학술대회가 흔치않은 시점에서 고려사 전공자들이 대거 참여, 강화사에 대한 학계의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며 “이제는 강화사에 대한 보다 구체적이며 체계적인 발굴, 보존, 해석작업 등에 나설 때”라고 말했다. /조태현기자 choth@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