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즉흥연기’
 
 지방 공연이나, 여행을 떠날 때면 잊지 않고 챙기는 두 권의 책이 있다. 하나는 요즘 부쩍 인기를 끄는 장르인 S.F 중단편집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로저 젤라즈니·열린책들)이고 다른 하나는 연기서인 ‘즉흥연기’ (키스 존스톤·지호)다. 물론 이 책 들은 모든 것이 혼돈의 상태를 늘 유지하는 내 작업실에서도 가장 찾기 쉬운 위치를 점하고 있는데, 그건 만난지 몇 년의 세월이 지났음에도 아직 열애중이기 때문이다.
그가 죽자 어느 독자는 젤라즈니가 없는 세상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다고 한탄했다고 하던가. S.F 와 환타지의 경계에 서서 고아하고 시적인 필체로 신화, 환상, S.F를 융화시킨 지적인 중단편을 써 왔던 젤라즈니의 작품중 가장 중요한 위치를 점한다는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는 국내에 소개된 책 중에서도 그의 향기를 가장 깊게 느낄 수 있는 작품집이다.
이 책을 만나기 전 래이 브래드버리의 열렬한 팬이었던 나는 젤라즈니를 만나는 순간 고풍스럽고 유려한 문장, 현학과 아이러니로 가득찬 인유, 강렬한 상징과 깊은 통찰력에 큰 감명을 받았다.
이후 그의 글을 읽을때면 나는 종종 시간과 공간 그리고 내 의식이 모두 비틀어져 어느새 전혀 다른 세계에 존재함을 느끼게 되고, 때로는 새로운 통찰력을 얻기도 하는데, 이런 경험은 피곤한 일이 생길 때 마다 그의 책을 집어드는 습관으로 이어졌다. 결국 이 책은 내게있어 숨은 샘물과도 같은 책이라 할 수 있다.
다른 하나인 ‘즉흥연기’는 연기에 관한 책임에도 지인들의 특별한 날이면 직업과 상관 없이 선물하는 습관이 붙은 책이다.
작가, 연출가, 즉흥연기 지도자, 교수, 예술감독 등 다양한 직함을 갖고 있는 저자는 분명 즉흥 연기에 대해 얘기하고 있지만, 기실 우리가 잊고 있던 또는 잃어버렸다고 믿고 있던 상상력과 창조력을 회복시키는 방법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이 책의 저자는 사람은 누구나 뛰어난 예술가이며 단지 그 본성을 억압당했을 뿐이라 믿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자는 창조력과 상상력의 복원을 기존의 교육과 사회적 억압을 파괴하는데서부터 시작하는데 그의 테크닉은 놀랄만큼 효과적이다.
나는 일에 지쳐 에너지가 고갈 됐다고 느낄때면 이 책을 펴들고 아무 페이지나 읽기 시작하는데 십분정도 읽고 나면 새로운 에너지가 충만함을 느끼고는 한다. 만약 자신이 상상력도 없을뿐더러 창조는 꿈도 꾸지 못할사람이라고 느끼는 분들이 있다면 꼭 한 번 읽어 보길 권하고 싶다. 아울러 어떤 일이든 상상력과 창조적 아이디어가 필요한 일에 종사하는 분들이라면 이제 이 책은 필수다. /이재상.연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