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글씨’는 과연 일부 네티즌들의 극단적 혹평처럼, “별 내용 없는 뻔한 이야기를 복잡하게 포장하려다 실패한 작품”이며 “정말 어처구니없는 영화”일까? 아니면 정반대로 한국 영화를 한걸음 더 발전시킨 “정말 최고의 영화”일까?
 ‘인터뷰’의 변혁 감독이 연출하고 한석규·이은주·엄지원·성현아 등 혹할만한 출연진이 조우해 빚어낸 ‘주홍글씨’를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다. 더욱 눈길을 끄는 건, 영화에 대한 대다수 매체의 상대적 호평에 대한 일반 관객들의 적대감 및 공격이 전례 없이 강하다는 점이다. 심지어 어떤 매체에서는 다른 매체들의 일방적 호평에 비판의 화살을 날리기도 한다. 나 역시 평소 친히 지내는 한 기자로부터, 영화에 대한 구두 평가를 요청 받기도 했다. 자기는 도대체 영화가 영 못마땅한데, 다른 동료 기자들의 반응이 호평 일색이어서 당황스럽다면서.
 모 지면을 통해 이미 밝힌 바 있지만, 내 답변은 상기 네티즌들의 양 극단의 평가 중간쯤에 위치한다. 당장 논쟁의 핵심에 놓여 있는 말미 ‘트렁크 시퀀스’만 해도 그렇다. 그 간의 극적 흐름을 일거에 뒤틀어버리는 그 시퀀스를 ‘역겹다’거나 ‘찝찝하다’고 볼 수도, ‘인상적’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시퀀스는 그럼에도 세상의 모든 부도덕한 행위에는 그에 걸 맞는 대가가 따라야 한다는, 다분히 도덕적 메시지를 설파하는 영화의 주제에는 완벽히 부응한다. 그 정적 시퀀스가 이전까지의 내러티브의 역동성을 치명적으로 훼손시키는 역효과를 가져왔다고 진단한 나 또한 그 점만은 인정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렇다면 그 시퀀스는 내러티브적 효과 면에서 큰 성공을 거둔 셈이다.
 라스트의 극적 반전도 그렇다. 기훈(한석규)의 아내(엄지원)와 애인(이은주)이 실은 애인 관계였다는 깜짝성 반전은 기훈 중심으로 진행하던 영화의 흐름을 일거에 무력화시키는 의도치 않았을 역기능을 초래한다. 때문에 반전을 위한 반전 아니냐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롭기 힘들다. 그럼에도 그 반전은 예상 밖의 통쾌함을 안겨주는 또한 사실이다. 주체적으로 행동해온 것처럼 비쳐온 남자주인공이 실은 여주인공들의 꼭두각시였으며 일종의 희생양이었다고 말하는 것이니 어찌 그렇다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본다면, ‘주홍글씨’를 ‘어처구니없는 영화’라고 단정하는 건 별 설득력 없는 매도요 힐난 아닐 성싶다. 그러저런 아쉬움들을 일단 접어두고, 한석규나 이은주의 열연은 인정해아 하는 것 아닐까. 게다가 미장센도 그만하면 정교하고 편집 리듬도 유려하며 음악 효과 또한 인상적지 않은가. 그랬더니 어떤 독자는 “영화 수십번은 더 보셔야 할 것 같네요”라고 충고한다. 또 어떤 독자는 “뭐 잘못 먹고 글 썼나?”라며 쏘아댄다. 명색이 영화평론가한데.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