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국전서 특선 수상한 양흥남 화백
 서봉(瑞峰) 양흥남. 평생을 한지 위에 먹이 담긴 붓을 쥐고 우리네 산수(山水)와 꽃, 사람과 세월을 그려온 한국화가다. 수도권지역의 대학과 문화센터에서 17년동안 한국화를 가르치고 있는 서봉, 이제는 60이 훌쩍 넘어 제자만 2천여명에 달한다는 그가 최근 인천 화단에 뜻하지않은 소식을 전했다. ‘2004 대한민국미술대전’ 한국화 부문에서 특선을 수상한 것이다.
 “이 나이 먹도록 무엇을 했는가, 무엇을 남겼는가 하는 생각이 들며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국전에 나선 것입니다”
 서봉은 특선 수상소감을 묻는 질문에 부끄럽다는 표정을 감추지못했다. 오랫동안 남을 가르쳐 온 그에게 국전 도전은 남모를 각오를 수반해야했다. 그나마 특선은 그에게 조그마한 자신감을 선사했다.
 서봉은 “최근 한국화의 풍조가 편식과 화려한 기예만을 추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한국화의 기본은 산수화라는 점에서 최근 산수화를 다시 그리고 있다”고 밝혔다.
 특선에 뽑힌 이번 작품 ‘늦가을 계곡’은 오래전에 접했던 풍광을 담은 작품이다. 논산에서 대둔산으로 올라가는 계곡을 그리기 위해 그는 오래된 앨범과 기억을 추스려야 했다.
 서봉의 예술인생은 서예로부터 시작됐다. 한국 서가의 한 축을 이뤘던 동정 박세림 선생을 무작정 찾아가 2년여 서예를 배웠다. 그 뒤로 옥산 김옥진 선생으로부터 본격적인 그림을 배웠다. 이후 한 눈 팔지않고 40여년을 그림에 매달렸다. 그런 그로서도 그림은 여전히 어려웠다. 수많은 제자와 수상경력도 그에게 만족을 주지는 못했다. 결국 만학의 길을 택했다. 올부터 수원대학교에 입학, 한국화 이론을 배우고 있다. 그가 이런 선택을 한 것은 나이에 비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나이는 문제가 안됩니다. 모르면 배워야합니다.” 나이를 먹을 수록 어려워지는 그림의 이론을 본격적으로 배우기위해 뒤늦은 학업에 나선 이유다.
 서봉은 그러나 국내 화단에 대한 고언도 서슴치않았다. 기본에 충실한 뒤 다양한 분야를 소화해내는 중국의 화가들과는 달리 우리는 제한된 분야에 집중, 편향성이 두드러진다고 말한다.
 “두번 태어나서 해도 그림 공부는 다 못하겠다”고 밝힌 서봉에게 국전 특선은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에 불과하다. /조태현기자 cho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