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한양.경성 서울을 걷다
 서울을 점령하고 왜곡했던 일본인이 기록한 ‘서울’ 이라는 도시의 역동적인 변화상을 담은 책이 나왔다.
 인천지역 출판사 다인아트는 일본의 저명한 문예평론가인 가와무라 미나토(川村溱)가 바라본 서울이야기 ‘漢陽·京城 서울을 걷다’를 최근 번역·출간했다.
 풍수사상에 입각해 천하의 명당지에 건설된 한민족의 도읍 ‘한양’. 그 500년 사직을 파괴하고 경복궁 앞에 조선총독부를 세운 일본인의 식민 통치하에서 왜곡된 근대도시로 탈바꿈한 도시 ‘경성’. 해방과 한국전쟁의 폐허를 딛고 산업화의 혼돈 속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군 메트로폴리탄 ‘서울특별시’까지. 저자 가와무라 미나토는 한국사의 영욕을 고스란히 간직한 서울의 역사와 문화, 세태와 풍속, 그리고 그 도시를 살다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일본인의 시각으로 바라봤다.
 일본 호세이대학(法政大學) 국제문화학부 교수인 저자는 일본내 대표적인 지한파 인사다. 2002년 번역돼 한국에 소개된 그의 ‘말하는 꽃, 기생’은 우리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일각에서는 이 책이 기생을 남근주의적 호기심과 식민적 향수를 통해 미화하고, 기생을 한국의 대표적 전통문화로 왜곡하려는 저술이 아닌가하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 새롭게 번역·출간한 ‘한양·경성·서울을 걷다’는 이 같은 의혹이 기우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방인의 시각으로 서울의 다양한 모습을 기록하고 되살핌으로써 서울이 가진 다면적인 정체성을 밝혀내고 있다.
 경성의 모습을 담고 있는 수백장의 그림엽서를 보여주면서 시작하는 이 책은 서울이라는 도시에 대한 본격적인 문화사라 할 수 있다. 국내 보다는 오히려 일본에 많이 남아있는 서울에 대한 각종 자료들을 제시하면서 문학적 상상력과 풍부한 문화적 감각, 여기에 탈식민주의적 역사감각까지. 우리가 아직 쓰지 못한 서울에 관한 문화사적 통찰을 담고 있다.
 우리가 미처 보듬지 못한 서울이라는 도시의 매력과 깊은 상처를 새롭게 찾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역자인 요시카와 나기(본명·사나다 히로꼬)는 일본에서 신문기자로 활동하다, 2001년 2월 시인 정지용에 대한 비교문학 연구로 인하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김중미 소설 ‘괭이부리말아이들’을 일본에 번역·소개했다. 다인아트 刊. 248쪽. 8천원. /김주희기자 kimjuh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