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개화백경’/기산 김양수 저

 인천 지역사회에 대한 역사·문화적 정체성 논의가 사회 전반에 걸쳐 무르익어 가면 갈수록, 가슴 한구석에 불현듯 시려오는 모종의 상실감과 허전함은 나를 비롯해 소시민으로 살아가는 대다수 인천 사람들의 일반화된 정서가 아닐까 싶다. 이러한 정서의 이면에 정주성에 대한 불안감과 더불어 지역 사회에 뿌리내림에 대한 불신들이 암암리에 자리잡고 있음을 원인으로 친다면 지나친 유권해석이 될까마는.
 근세시대에 비롯된 정국의 혼란은 전통적으로 땅에 기대어 살았던 평범한 기층 민중들의 삶에 일대의 변혁을 가져다 주어 결국에는 삶의 뿌리였던 땅마저 버리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전국적인 유민은 이렇게 발생하게 된다. 근대시기의 개항에 따른 새로운 세상의 도래는 외래문화와 전통문화와의 문화적 충돌 과정을 거치는 가운데서도 마치 서부개척시대에 버금가는 대규모 인구 이동이라는 결과를 빚게 되었는데, 그 종착지의 중심에 인천이 있었다. 이 때부터 일개 한촌에 불과했던 제물포 포구는 양적으로 비대해졌고 수도의 근방이라는 지리적 조건과 맞물려 여타 개항장이나 개항시장에 비해 국제적인 명성을 덤으로 얻기까지 하였다. 따라서 인천이 근대도시로 성장하는 과정과 발전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고 인천으로 진출한다는 것은 곧 삶의 새 지표가 설정된다는 희망의 메시지였던 것이다.
 해무처럼 밀어닥친 사람들은 앞이 보이지 않는 난관을 헤쳐나가기 위해 서로의 등을 잡아주고 밀어주면서 근대의 격랑을 서서히 극복하기에 이른다. 사람이 모이면 사회화의 조건들이 창출되기 마련이다. 결과적으로 조직 사회가 이루어지고 삶의 정체성이랄 수 있는 문화가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되어 가는 것이다. 인천은 이러한 토대 위에 출발했다 해도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인천은 소위 토박이라는 다소 생뚱맞게(필자는 인천을 터잡고 살아가는 터잡이가 인천 사람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사용되는 주체가 소수일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좀 비약적인 해석이지만 비류왕자 또한 외지인 아니었는가 말이다. 여하튼간에 인천 사람으로서의 구성됨과 그 문화적 주체는 현재를 살아가는 인천인이 돼야 함에는 변함 없는 정당성이 부여되어야 마땅하다고 본다.
 인천의 정체성 논의는 이미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진화의 성실성을 추구하는 가운데 현재를 자유롭게 살아가기 위해서 과거의 유산을 면면이 살펴보지 않을 수 없는 성숙한 단계에 이르게 되었다. 기산 김양수 선생의‘인천 개화백경’은 현재를 살아가는 인천 시민들에게 막연하게 보였던 개화 당시의 역사적 사실들을 알기 쉽게 안내하고, 인천의 정체성과 나아가 인천을 터잡아 살아가는 터잡이들의 지적 욕구를 채워주고 있음에 틀림없는 책이다. 모종의 상실감과 허전함을 극복케하는. /이종복·터진개 문화마당황금가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