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라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옐로카드 간)며 특유의 독설로 세태에 답답한 소시민의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버린 개그맨 김구라(34·본명 김현동)를 그의 모교인 제물포고 개교 50주년 기념 음악회장에서 만났다.
 얼마전 이효리 가슴 발언 사건으로 기억하는 터라 수위조절이 불가능한 인터뷰가 될 지 ‘걱정반 기대반’했다. 훤칠한 키에 검정색 정장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그는 아주 반듯한 언어를 구사했다. 조금은 실망(?)스럽기까지 했다.
 소집해제를 앞둔 1993년 고교 2학년때 같은반 친구 염경환과 콤비를 이뤄 SBS TV 개그맨 공채2기로 방송계에 입문했다. 라디오 팝 DJ가 되고 싶었지만 등용문을 몰라 연예인의 길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2000년 인터넷 방송계로 옮겨 ‘김구라의 도시탈출’, ‘뒷골목 토크쇼’ 등을 진행하면서 7년간의 무명생활을 마감했다. 2001년 딴지일보와 인연을 맺으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효순·미선 사건을 계기로 기획한 ‘백악관 인분 투척사건’이 대표적이다.
 “한 잡지사가 인터넷이 없었으면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고 평가한 적이 있는데, 당시는 조롱으로 느꼈지만 지금은 맞는말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방송과 다른 ‘인터넷’이 갖고 있는 특성과 ‘김구라’의 캐릭터가 맞아떨어졌고, 네티즌들은 그 모습에 반했다. 최근에는 경제전문 케이블방송인 MBN에서 시사풍자 코너를 진행하고 있고, EtN의 ‘쏜데이서울’, 시민방송의 ‘할말은 한다’ 등 공중파, 케이블, 위성방송 등의 매체에서 14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하지만 역시 그의 능력은 인터넷에서 유감없이 발휘된다. 포털사이트 ‘다음’에 개설한 공식 카페의 등록회원만 18만명이 넘는다. 그의 이름으로 등록된 카페도 부지기수다.
 인터넷이라고 해도 거름종이에 걸러지듯 하는 것이 요즘세상. 그의 파트너인 황봉알, 노숙자와 팬들이 모여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했다. 신청한다고 무조건 가입할 수 없는 ‘www.goora.org’ 회원수는 4만2천명.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호스팅까지 나서는 등 구라맨들의 진정한 ‘커뮤니티’다.
 이날 그는 2학년때 같은반 친구였던 지상렬, 염경환과 모교 개교 50주년을 축하했다. 그 자리엔 당시 그들의 담임이었던 현 제물포고 김기룡 교감이 함께했다. 속깨나 썩혔을 것으로 짐작되지만 지금은 유명 개그맨이다. 격세지감을 느낄만도 하다.
 “잘 나가고 있어 이렇게 불러주시니 기분이 좋습니다. 학교 잊고 산지 꽤됐는데…. 나이 드니까 제고출신이란 사실이 조금씩 느껴집니다. 개교 5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인터뷰 도중 재학생이 아는채를 한다. “구라다 구라.” 담박 그의 입에선 육두문자가 쏟아졌다. /김주희기자 kimjuhee@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