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타이어 학자인 람스테트는 우리말 ‘다섯’과 ‘열’은 손가락을 꼽고 펴면서 생긴 단어라고 주장한다. 즉 다섯의 ‘다’는 ‘닫다’(閉)에서 ‘열’은 ‘연다’(開)에서 연유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손가락으로 수를 셀때 다섯을 세면 손가락이 닫히고 열을 세면 손가락 모두가 열리는 데서 다섯과 열이 생기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나 둘 셋 넷… 그 열번째의 달 10월이 시작된다. 세월이 빠르다지만 어느새 한해의 4분의 3이 훌쩍 지나 열번째 달이다. 산마다 진달래 피고 보온못자리를 벗겨 모내기를 하던 일이 어제 같은데 벌써 황금벌판에서 벼베기를 한다. 겨레의 명절 추석도 지나 머잖아 국향 그윽하고 단풍도 물들어 점점 가을은 깊어가겠다.
 이런 10월의 정경을 훌륭하게 읊어주는 것이 농가월령가의 9월령이다. 물론 9월은 음력의 9월이며 양력 10월과 같은 때여서 오는 14일이 음력 9월초하루이다. 9월령은 이렇게 시작한다.
 ‘9월이라 계추되니/한로상강 절기로다/제비는 돌아가고/떼기러기 언제왔노/벽공에 우는소리/찬이슬 재촉는다/만산풍엽은 연지를 물들이고/울밑에 황국화는/추광을 자랑한다/9월9일 가절이라/화전 노신하세/절서를 따라가며/추원보본 잊지마소/물색은 좋거니와/추수가 시급하다…’
 그러고보니 8일이 한로요 23일이 상강이다. 한로는 찬이슬이 맺히기 시작한다는 날이요 상강은 그 이슬이 하얗게 서리된다는 날이다. 그렇지 않아도 기온이 내려가 낮햇볕은 따가워도 아침 저녁으로 선선하며 이달 하순이면 내륙 산간에는 살얼음도 잡히겠단다. 그런만큼 올겨울도 코앞에 닥친 셈이다.
 그렇지만 10월은 황금의 계절이다. 굳이 벌판이 누렇게 영글어서만 아니요 신록의 달 5월이 계절의 여왕이라면 황금의 달 10월은 계절의 왕자이다. 5월 못지않게 하나라도 소홀할 수 없는 뜻깊은 기념일들이 이달에 들어있다. 1일은 국군의 날이요 3일은 단군께서 국기를 여셨다는 개천절 9일은 한글날이다. 그리고 20일은 문화의 날 21일은 경찰의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