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립무용단.노종선 풍물단 흥겨운 공연
 톈진의 ‘인민대예당’은 건물 부터가 사람을 압도한다. ‘2004 톈진-한국주간’ 행사의 개막식에서부터 폐막식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분이 ‘인민대예당’에서 이뤄졌다. 행사의 하이라이트였던 ‘인천시립무용단’의 공연과 ‘노종선 풍물단’의 풍물놀이는 지난 8월29일∼30일 이틀간 인민대예당 대극장에서 펼쳐졌다. 공연을 접한 톈진시민들은 물론, 교포와 조선족은 경탄했다. 처음 본 이유도 있었겠지만 이날은 특히 공연단 모두가 컨디션이 좋아 보였다.
 인천시립무용단의 공연은 현지 시간으로 29일 오후 6시35분에 시작됐다. 본래 6시 정각에 막을 올릴 예정이었으나 중국 사람들이 워낙 ‘만만디즘’에 길들여진 탓이어서 예정보다 35분 늦게 시작된 것이다. 6시만 해도 듬성듬성하던 객석은 공연이 시작될 쯤 되자 빈 좌석이 보이지 않았다.
 6시35분. 연기가 피어오르며 무대에 연꽃들이 피어났다. ‘연꽃무’는 마치 여명의 새벽같은 파르스름한 분위기 속에서 신비롭게 피어나며 무대를 둥둥 떠 다녔다. 신비로운 느낌의 조명과 점입가경의 음악. 무희들은 대웅전을 배경으로 살아 움직이는 동양화를 그려냈다.
 음악이 잦아들면서 대륙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장검무’가 이어졌다. 쌍 검을 들고 추는 ‘장검무’는 이매방류의 춤으로 ‘기예’적인 느낌이 있다. 기예, 대륙의 정취, 모두가 중국색깔이 강하지만 이것을 예술로 승화한 것을 접한 관객들은 또 다른 맛을 느꼈다. 중국의 거친 그것을 예쁘고 정적으로 다듬은듯한 춤사위 때문이었을 터이다.
 ‘부채춤’은 박은진의 솔로가 약 5분 가량 진행된 뒤, 다른 무용수들이 합류하는 ‘따로 또 같이’의 무대였다. 현란한 군무와는 달리, 한 사람이 추는 부채춤은 관객들의 집중적인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군무는 시선이 분산되거나 무용수 전체가 빚어내는 동선을 따라가야 하지만, 독무는 춤사위를 세밀히 감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날 부채춤은 한 레퍼토리를 두 가지 맛으로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관객들의 반응 역시 ‘같은 빛깔, 다른 맛’의 부채춤을 보며 무척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환호성과 박수가 뒤섞여 튀어나왔다.
 이어 인천시립무용단의 대표적 레퍼토리 ‘두드리라’가 시작됐다. 두드리라는 듣는 맛은 물론, 유연한 몸짓으로 종횡무진 누비는 보는 맛을 함께 선사했다. 여기저기서 휘파람소리와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2부의 서막은 인천의 대표적 춤 ‘나나니’로 시작됐다. 코발트 블루의 바다 이미지 속에서 갯가여인들은 삶의 애환을 기쁨으로 그려냈다. ‘장구춤’은 ‘물아일체’의 단아함을, ‘한량무’는 동방예의지국의 예절과 전통을 각각 선사했다. 작은 바라를 들고 추는 ‘메구소리’에선 중국 전통춤 사위가 엿보이기도 했다. 공연 중간중간 노종선 풍물단의 ‘사물놀이’와 ‘접시돌리기’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날 공연을 본 느낌은 산해진미가 골고루 차려진 ‘정갈한’ 음식을 먹은 기분이었다. 춤 연결이 자유로웠고 소리와 그림의 어울림도 어색하지 않았다.
 장찬단씨(27·여)는 “NRG, 코이요테 등 한국의 대중가수들이 보여준 것보다 훨씬 좋았다”고 말했다.(‘2004 톈진-한국주간’행사 첫날 한국 대중가수들이 대거 참여한 ‘한·중 우호의 밤 행사가 있었다.)
 ‘노종선 풍물단’의 ‘난타’ 공연은 30일 오후 6시10분 같은 장소에서 시작됐다. 하루만에 한국전통예술의 팬이 된 사람들은 2천여석의 객석을 가득 메우고 막이 걷히길 기다렸다. 둥둥둥둥, 빅뱅 전의 모습처럼 무대는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으면서도 좀체 실체를 드러내지 않았다.
 첫 공연은 풍물단원 9명과 인천시립무용단원 6명이 협연한 무대. ‘천지창조’의 모습을 표현한 이 공연은 많은 박수를 받았다.
 1부가 끝난 뒤 출입구 쪽에서 북 징 장고 꽹과리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관객들은 뒤를 돌아보며 탄성을 내질렀고 사물놀이패는 역동적인 타악소리와 에네르기 넘치는 몸짓으로 객석을 가로질러 무대에 올랐다. 한동안 무대를 뜨겁게, 때론 시원하게 누비던 사물놀이패는 회오리바람처럼 소용돌이치는 듯한 상모묘기를 선사했다. 동북아로 비상하는 도시 ‘인천’을 웅변하듯 풍물단의 ‘난타’ 공연은 경쾌하면서도 힘 있는 인천, 한국의 이미지를 심어 주었다.
 한명옥 인천시립무용단 감독은 무대 인사말에서 “톈진시민들의 열광적 갈채가 공연을 준비하며 겪은 고생을 잊게 했다”며 “인천과 톈진의 문화교류가 계속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예술단을 인솔한 황흥구 시 문화예술과장은 “생소할 수도 있는 한국의 전통예술을 중국 사람들이 이렇게 좋아할 지 몰랐다”며 “문화교류가 양 시의 정치, 경제 교류를 더욱 밀접히 만들 것”이라고 확신했다. /톈진=글·사진 김진국기자 freebird@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