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장이 되고 나서 집사람이 그래요. 시장에서 마음놓고 식품을 사다먹을 수 있게 해달라구요. 국민 모두 바라는 점이기도 하지요. 식약청은 국민들의 생활과 가장 밀접한 식품과 의약품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것이 주 임무니까 그것을 잘 해내는 것이 첫째 원칙이지요.”
 지난해 3월 참여정부 첫 조각에서 차관급인 식품의약품안전청장에 인천 출신인 심창구 교수(서울대 약대 제약학과)가 발탁됐을 때 인천시민들은 큰 관심을 가졌다. 역대로 정부 각료에 인천 출신이 드물었던 상황에서 과학기술부 장관(박호군 현 인천대 총장)과 차관에 인천인이 임명된 것은 화제였다.
 취임 직후, 심 청장은 계획을 묻는 기자질문에 아내의 소박한 기대를 들려주면서 식약청이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보루로 제 역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로 부터 1년반도 채 안돼 그는 국민의 원성을 사는 인물이 되었다. 올해 잇따라 터진 만두 파동, PPA(페닐프로판올아민)감기약 파문의 중심에 그가 책임자로 있는 식약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인천 지역 출신 국회의원은 물론 국민 모두 식약청장직에서 물러나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그는 결국 20여일 전 물러날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지난 6·30 개각까지 볼 때 현 정부 출범 이후 20개 부처 장관(국무조정실장 포함) 중 16개 부처 장관이 한 차례 이상 바뀔 정도로 정부 각료의 부침현상은 심했다. 그 중에는 사회 이슈가 되거나 갈등이 된 문제의 해결과정에서 스스로 자리를 물러난 각료도 상당수다. 심 청장도 물론 그 중 한 명이다. 
 심 청장은 최근 주무장관과 식사를 겸해 PPA 함유 감기약 판매금지조치에 따른 파문에 대한 소회를 밝히는 자리에서, 장관으로부터 식약청의 문제 대응 과정은 “각론에서는 이해되나 총론으로는 문제”라는 답을 들어야 했다. 같은 맥락이지만 국회 관련상임위 청문회에서도 심 청장은 단단히 벼르고 나온 젊은 의원으로부터 “전문가의 함정”에 빠져 “시민의 감정”을 깨닫지 못하는 답답한 인물로 내 몰린 적도 있었다.
 참여정부의 통치 테제가 ‘시스템적인 국정 체계 구축’인 것은 수 없이 들어 왔던 터라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그러나 참여 정부 임기의 3분의 1이 지나도록 여전히 시스템 미비를 탓하는 집권당에 대해 국민들은 정부가 시스템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니까 거듭 정치적 수사(修辭)에만 매달리고 있는 것은 아닌 가 하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
 어떻게 보면 정부 외청인 식약청을 정치인들의 입맛대로 변화시키려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유능한 전문가들이 식약청장의 후임을 고사하고 있는 현실에서 굳이 전문가들 중에서 발탁하기 보다는 집권당의 유력 정치인을 천거하면 될 일이다.
 정부는 국무총리의 진두 지휘하에 대대적인 규제 혁파 작업에 나설 모양이다. 특히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민간 대기업에서 자문위원을 추천받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10 여년 전에도 국무총리실 산하에 전경련(全國經濟人聯合會)을 실무 간사 조직으로 한 행정규제완화 민간자문위원회가 활동한 적이 있다. 식약청과 관련한 것을 비롯한 많은 행정 행위에 대해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대립하던 내용이 당시의 보고서에 담겨 있으리라 생각한다. 매끈한 시스템이 구축될 수 없는 이유가 보고서 결론에 절절히 설명되어 있을 것이다.
 요약하자면 어떤 행정 행위든지 완벽한 이해 조정을 위해서는, 소요 시간과 비용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현실적인 수준에서 타협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금번 만두 파동이나 PPA 파동을 겪으면서 옐로우 저널리즘의 폐해가 지적받기도 했다. 그러나 언론의 비판과 감시라는 본연의 순기능 측면을 이해한다면, 정상의 궤에서 크게 벗어났다고 보기도 어렵다. 오히려 책임 있는 수습의 모습을 보여야 할 정치인들이 대책 없는 물타기를 하여 문제를 혼란스럽게 만든 것은 아닌 지 반성할 일이다. /mimi@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