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공직자의 말 한마디는 어떤 자리에서든 파급효과가 크다. 그에게 정책이나 계획의 결정권이 있는 만큼, 통념적으로 그가 그렇게 하겠다고 하면 되는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이세영 중구청장이 최근 지역 문화예술인들에게 한 말도 그들을 흥분케하기에 충분했다. 이 구청장은 몇몇 문화예술인과 가진 회식자리에서, 현재 비어있는 구 동인천등기소 건물을 전시시설로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요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시내 8개 구중 변변한 전시시설 한 곳을 갖고 있지 못해 다른 지역 전시공간을 찾아야 했던 중구 문화예술인은 물론 인천 예술인들이 크게 환영한 것은 당연한 일. 새로 지은 번듯한 건물은 아니지만 임시방편이나마 빈 공간이 창작품 발표의 장으로 탈바꿈된다는데 문화예술인들은 고무되었다.

 그러나 그 건물을 전시시설로 사용할 수 있다는 꿈이 말 그대로 꿈에 불과할지 모른다는 것을 깨닫고, 문화예술인들은 공직자의 식언에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구 중앙동 1가 9에 있는 구 동인천등기소 건물은 인천시지정 유형문화재 7호로 정확히 100년전인 1899년 일본인이 지은 건물. 옛 일본제일은행이 사용했다가 1911년 조선은행 인천지점으로 바뀌었고, 97년까지 동인천등기소가 입주해 있었다. 중구는 건물소유주인 대법원으로부터 2년간 무상사용허가를 받아 올 11월이면 기간이 만료된다.

 문제는 건물이 너무 낡아 현 상태로는 도저히 사용할 수 없다는 점.

 중구청 문화예술분야 실무자는 『내부가 많이 노후돼 보수를 해야 쓸 수 있다』며 『그러나 현재로서는 아무 계획이 없고 구청장으로부터 보수나, 사용방안 등에 대한 지시도 받은 적이 없으며 다만 대법원과 재계약이 된다면 내년쯤 국ㆍ시비를 요청할 것을 고려중이다』고 밝혔다. 구에서 조차 이 건물을 방치하다시피 하고 있으면서 구청장은 선뜻 약속부터 한 것이다.

 이 구청장은 지난해에도 인천향토사연구회(회장ㆍ신용석)가 이 건물을 향토개항박물관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는 요청을 듣고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

〈손미경기자〉 mgson@incho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