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실통해 세상사 깨우쳐
 돌아보건대, 35기 사법연수원생 홍용화(30)씨에게 지난 한 주 만큼 보석같은 시간은 많지 않았다. ‘내가 해야 할 일이 정말 많구나’. 법률상담 내내 그는 ‘진정한 공부는 이제부터’란 사실과 ‘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을 사랑해야 하는 이유’를 절실히 깨달았다. 이론과 현실 사이엔 간극이 존재했다.
 “두꺼웠던 법률 책들을 외우다시피 하며 4년여만에 시험에 합격했고 그만큼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 나와 보니 교과서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렵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도 좋았던 점은 고향 사람들과 눈높이를 맞췄다는 사실이다. 구월초·중, 서인천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온 홍씨는 지난해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연수원에서 한 학기를 보냈다. 그는 사법연수원 프로그램에 따라 일주일 간 인천시 민원실에서 민초들의 고충을 듣고 그들에게 길을 제시해줬다. 일주일 간 그가 만난 사람은 100여명에 이른다.
 “많은 분들이 법을 어렵게 생각하고 계셨습니다. 그건 법과 서민생활이 다소 동떨어졌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부족한 게 많다며 겸손해하던 그였지만, 막상 법 얘기가 나오자 풀린 실타래처럼 말이 술술 나오기 시작했다. 홍씨는 “법이 빈부의 대립구도로 집행되는 것이 돼선 안된다”며 “모든 사람들이 골고루 법의 혜택을 누리는 생활 속의 법이어야 진정한 법치국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말은 바꿔 말하면, 지금까지의 법은 ‘서민들의 법’이라기보다 ‘힘있는 자들의 도구’였다는 얘기일 수도 있다. 그럼 그에게 ‘악법도 법’일까.
 “물론입니다. 법은 사회 질서와 평화를 위해 존재하는 사회적 합의이므로 존중해야 합니다. 단 법을 집행하고 대다수 국민정서에 반하는 것이라며 입법기관에서 개정해 나가는 게 필요하겠지요.”  홍씨는 요즘 사법연수원생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사람이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라고 털어 놓는다. 그는 강 전 장관이 “많은 예비 법조인들의 선망의 대상”이며 “그 이유는 “개혁적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예비 법조인들은 개혁을 갈망한다는 얘기다.
 그가 꿈꾸는 법조인상은 ‘바른 법조인’이다. 바른 법조인은 양심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하는 사람이다. “인천시청에서 만나 제가 상담해드린 분들은 앞으로도 영원히 제 양심의 초발심으로 남아있을 것입니다.”/김진국기자 freebird@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