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때쯤이다. 스리랑카 콜롬보의 호텔에서였다. 잠자리에 들기전 일행들과 로비에 앉아있었는데 3인조 악단의 우아한 각나라 민요가 흘러나왔다. 몇곡을 기다려도 우리 것은 없어 그들 앞에 나가 수고한다며 팁을 쥐어주고 한국의 민요는 모르느냐고 했더니 그렇다고 했다.
 잠시후 휴식시간에 대표가 좌석으로 찾아와 우리 민요를 가르쳐 달라고 했다. 아리랑을 두어번 반복해서 불러주었더니 문자로 몇자 적어 채보하고는 자리로 돌아가 우리 아리랑을 연주하는 것이 아닌가. 콜롬보에서 아리랑이 연주되기는 매우 드문 일이었으리라 여겨 잠시 감격했었다.
 사실 스리랑카의 음악은 서양악이 아닌 그들 고유의 리듬에 따라 북을 치며 읊조리는 정도이다. 그런데도 두어번 들어보고 훌륭히 연주해 주었던 것이다. 아마도 그들 역시 외세에 시달려온 슬픈 과거로 인해 이심전심으로 애조 띤 우리 가락에 쉽게 감응했으리라는 나름대로의 느낌이었다.
 아리랑은 대표적인 우리 민요이다. 대원군의 경복궁 중수때 인부들에게서 불려지다 일제때 겨레의 비분이 담겨졌으리라 전해진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아리랑은 먼 옛날부터 맥이 이어져 온 것이라는 생각이다. 아리랑은 바로 신라의 향가요 백제가요요 고려가사였던 것이다.
 아리랑에는 ‘달아 높이곰 돋아샤…’한 ‘정읍사’의 남편의 밤길을 염려하는 백제 아낙의 애틋한 염려가 담겨있고 ‘가시리 가시리잇고…’한 고려가사 ‘가시리’의 고려 여인 정한이 실려있다. 그런가하면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감을 자랑마라’한 황진이의 은근함도 느껴진다.
 우리 민족영화 ‘아리랑’이 12일 부평공원에서 상영된다. 영화 아리랑은 지금은 고전처럼 된 1926년작의 우리 영화사상 기념비적이라 할만하다. 나운규가 각본 감독 주연을 맡아 주민을 괴롭히는 악덕지주를 살해하고 체포되어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는데 배경음악으로 아리랑이 울려 퍼지는 영화이다.
 비록 원작은 아니나 아리랑의 상영 소식을 접하면서 아직도 콜롬보에서 아리랑이 연주되고 있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