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록 개인전 ‘전시전시(戰時展示) 워바타(Warvata)2’
 문자 이전부터 감정과 의지의 전달수단이었던 그림의 기능이 현대에서 작동한다면 어떻게 표현될까. 그림은 그림일 뿐 그림에서 문자의 기능은 없어진 지 오래된 요즘, 그림의 언어적 표현을 살려낸 ‘픽토그래프’ 전시회가 열려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다양한 기획전과 색다른 전시로 알려진 인천 스페이스 빔에서 올 여름 특별기획전으로 마련한 이부록 개인전 ‘전시전시(戰時展戰) 워바타(Warvata)2’는 전쟁과 관련된 그림문자가 그려내는 가상세계의 현실을 그려내고 있다.
 12일까지 열리는 개인전에서는 서울대 동양화과 출신으로 동양화를 전공했음에도, 특정 분야에 얽매이지않고 영상, 픽토그래프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작품세계를 펼쳐온 작가만의 독특한 세계관과 표현양식을 접할 수 있다.
 작가는 전쟁과 가상세계의 인간을 합성한 ‘워바타’를 통해 전쟁의 위험에 노출된 인간들처럼 안정되고 평화로운 세계에 뿌리내리지못한 군상들의 모습을 드러낸다. 이들은 그러나 용서하고, 확인하고, 화해하는 등 갈등구조를 종식시키는 어떠한 노력도 하지않은 채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주안역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 인간들 모습과 그 뒤에서 총을 겨눈 붉은 아바타, 화장실 앞 공간을 빙 둘러 포위한 붉은 아바타.
 인간들의 도식화된 일상생활과 전쟁의 광기를 입고있는 붉은 색의 아바타는 오히려 현실과 괴리된 인간의 정신구조를 드러내고 있다.
 “최근 2∼3년간 우리 세계사에서 가장 중요한 테마는 전쟁”이라고 밝힌 작가는 현실을 규정하고 미래를 규정짓는 전쟁으로부터 시작된 불안한 인간의 조건을 아바타와 전쟁을 상징하는 다양한 그림들로 재구성했다고 말한다.
 작가의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이번 전시에서는 그림문자의 기능성과 상징성이 그 어떤 화려한 색채와 구도로 이루어진 표현보다 더 정확하게 상황을 표현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민운기 스페이스 빔 대표는 “이부록은 늘 새로운 세계를 추구하는 작가”라며 “이번 전시회에서 수 년째 고민해왔던 전쟁과 인간의 관계, 현실과 비현실의 한계를 새로운 표현방식으로 형상화했다”고 소개한다. ☎(032)422-8630 /조태현기자 choth@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