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최원식 교수(국문과)는 1980년대 초 고향 인천으로 돌아온 직후부터 인천 지역의 척박한 문화현실에 관심을 갖고 강연과 글쓰기를 꾸준히 전개했다. 그 당시는 인천이 직할시가 된 직후로 인천의 지역적 자기 정체성을 확보해야 할 중요한 시기였다.
 최 교수는 분단 이후 서울 중심의 중앙집권적 질서 속에서 인천이 정치·경제적 소외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도 소외돼 있다고 진단한다. 그리고 이를 극복할 방법으로 ‘인천의 인천화’를 역설했다.
 “인천사람들이 우리 지역의 독자성을 깊이 인식하고 인천문제를 우리들 스스로 해결해 가겠다는 의지가 굳건해질 때 인천의 인천화는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 그 핵심이다.
 이로부터 시작된 최 교수의 ‘인천문화론’은 2000년 인천 지역 출판사인 다인아트에서 선보인 인천학신서의 제2권 ‘황해에 부는 바람’을 통해서 만날 수 있다.
 역사와 정치의 문제로부터 시작해서 교육, 언론, 환경, 시민운동, 문화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다루지 않는 분야가 없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그 복잡다단한 문제들을 다룸에 있어 겹눈의 시각을 견지한다. 중앙과 지방의 이분법을 넘어서 시민운동과 문화운동의 분열이 아닌 결합을 통해서, 그리고 전지구적 사고와 함께 하는 구체적, 지역적인 실천이 함께 할 때만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지역의 문제가 풀릴 수 있다는 것.
 ‘전지구적 사고와 지역적 실천’을 모토로 내세우고 1994년에 창간된 ‘황해문화’의 초대 편집주간을 맡은 바도 있는 저자의 이 책에는 이처럼 지역문제를 바라보는 이론적 모색을 풍부하게 담고 있다. 이론적 성과 이외에도 이 책은 사라지고 잊혀져버린 인천의 문화유산과 풍경들, 그리고 그리운 인천의 문화인들과도 다시 조우하게 되는 기쁨을 독자에게 선사하고 있다. /글·이희환 인하대 국문과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