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오전 10시,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는 인천 음악 공연사상 이색적인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다. 오전 중에 음악회를 연다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인 데다가 관람객 모두가 남녀 고교생들과 학부모, 교사들이었던 것.
 인천시향이 주최한 ‘청소년문화체험마당’을 관람하기 위해 모인 광성고(교장·류창현) 1, 2학년 7백여명과 연수여고(교장·박종식) 2학년 150여명, 광성고 학부모 50여명, 양교 교사 30여명 등은 이날 ‘체험학습’ 수업을 함께 하면서 모처럼 교향악에 흠뻑 빠져들었다.
 인천시향이 들려준 레퍼토리는 주페의 경기병 서곡,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의 찌고이네르바이젠, 브리튼의 청소년을 위한 관현악 입문 작품34, 뮤지컬 오페라 유령 모음곡, 사운드 오브 뮤직 등. 교향악을 처음 듣는 청소년들이라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레퍼토리 선정도 눈길을 모았고, 객원지휘자 강창우의 부담 없는 해설도 곡 이해에 큰 몫을 했다.
 특히 신동환 인천시향 단무장이 공연 직전 청소년들에게 전한 연주회장 내에서 지켜 할 에티켓 안내와 프로그램도 인천시향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게 했다. 흰색 여름 복장을 산뜻하게 차려입고 등장한 시향 단원들이 여느 일반 연주회와 다름없는 진지한 자세로 청소년에게 연주회 갈채를 받았다.
 김가민(광성고 2년) 군은 “교향악을 처음 직접 들었습니다. 특히 연주 곡목 중 ‘청소년을 위한 관현악 입문’은 교향악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학생들과 함께 한 광성고 학부모는 “여고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습니다. 학생들에게 다양한 정서 교육을 시키려는 학교측의 배려와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신 인천시향 단원 여러분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라고 전했다.
 ‘체험학습’이란 교실에서 배웠던 내용을 실제 현장에 나가 체험하는 것으로 7차 교육과정에서 권장해 온 ‘학습 형태’의 하나. 이에 따라 각급 학교는 관공서 방문, 유적지 답사 등을 위주로 한 ‘현장 확인’ 프로그램을 대부분 운용해 왔다, 그러나 수준 높은 미술전이나 음악 공연을 ‘체험’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라는 평이다. 인천 지역에 그만한 프로그램이 없다는 지역문화의 한계가 첫 문제이지만, 이에 대한 교사나 학교장들의 이해 부족도 큰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개관을 앞둔 인천청소년문화회관(중구 인현동)이 자체 프로그램으로 인천 관내 초중고 학생들에게 일정 수준의 ‘문화’를 체험케 해 줄 수는 있겠으나 굵직굵직한 프로그램은 인천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게 현실이었다. 이에 대해 교육계 관계자들은 “앞으로 전국 순회 전시나 공연 중 인천을 건너 띄는 프로그램은 시나 교육청이 교육 차원에서라도 유치에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우성.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