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6일 개점...도소매상 생존 위협
 다음달 16일 국내 최대 도서유통 업체인 교보문고가 인천에 들어선다. 지난 1985년과 87년, 2001년 등 3차례 개점을 시도했던 교보문고가 3전4기만에 인천에 지점을 오픈, 본격영업에 나서게 됐다.
 서점이 새로 생기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전국적인 물류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대형서점에 맞서야 하는 인천지역 중소 서점들의 생존위기가 우려된다.
 교보문고가 들어설 곳은 인천의 유통중심지인 남동구 구월동. 롯데백화점 인근 이토타워 지하1층에 510평 규모로 아동과 문학, 전문서적, 참고서, 기술서적 등이 판매·전시된다. 전시될 책의 총 규모는 13만종, 30여만권.
 경기도 파주에 대형 물류센터를 갖고 있는 교보문고는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독자가 원하는 책을 빠르게 갖출 수 있는 시스템을 자랑한다.
 교보문고 측은 그러나 ‘교보문고’는 도서만 판매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문화와 휴식이 있는 즐거운 공간을 창출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라는 것. 이를 위해 별도의 공간을 마련, 작가 사인회나 소규모 강좌, 어린이를 위한 인형극 등을 수시로 열 계획이다. 개점과 함께 글짓기 대회 등 각종 이벤트도 준비중이다.
 인천점 개점 준비팀 채승규 팀장은 “인천지역의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역할은 물론, 독서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많은 프로그램을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규모 유통망을 갖고 있는 교보문고의 등장은 인천지역 서점계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지역 서점계는 ‘거대공룡’의 출현으로 동네 서점이 고사위기에 처했다며 바짝 긴장하고 있는 상태다.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것은 인천지역의 도서유통망. 지역내 도서도매상들은 얼어붙은 경기로 가뜩이나 책 소비가 줄고 문을 닫는 서점이 늘어나는 판에 출판사와 직거래를 하는 교보문고가 문을 열면 시장규모는 더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교보문고의 위치가 백화점과 할인점으로 둘러쌓인 지역의 유통중심지란 점에서 더 큰 위기의식을 불러오고 있다.
 동네서점의 경우 참고서나 학습지 등이 전체 판매량의 60%를 차지하고, 나머지 40%가 소설이나 시, 교양서적, 아동 등 단행본류다. 문제는 주 소비계층이 ‘주부’라는데 있다.
 참고서나 학습지의 경우 초등학생과 고등학생이 주로 구매대상인데 이들에 대한 영향력은 ‘주부’가 갖고 있고, 이들 주부가 또한 단행본의 주 구매고객이란 것.
 인천지역서점조합 문인홍 조합장은 “백화점을 찾은 주부들이 책을 사기 위해 교보문고로 향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주부고객을 잃어버린 동네서점이 설 자리는 분명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조합장은 “교보문고의 개점으로 지역도서 도매업자와 동네서점인 소형소매상 모두는 융단폭격을 맞은 듯 큰 상처를 입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점조합은 교보문고의 개점에 반대하는 입장은 분명하지만, 출점을 기정사실로 인정하고 있다. 자구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으나 뚜렷한 생존전략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전전긍긍할 뿐이다.
 서점조합은 생존권 사수 차원에서 교보문고에 전시·판매 품목을 제한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마저도 안될 경우에는 주부들의 구매력이 큰 아동도서에 한해서만이라도 인천지역 총판과 거래할 것을 내심 바라고 있다.
 이에 대해 교보문고 인천점 채승규 팀장은 “통합 구매시스템으로 인해 인천점만 별도로 아동도서를 지역총판에서 구매할 수 있는 입장이 안된다”고 말했다.
 채 팀장은 “교보문고의 등장이 지역서점들에게 큰 위협이 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다른 지역의 경우 경쟁 유발 효과로 작용하기도 했다”며 “동네서점이 구하지 못하는 책을 제공해 준다던가, 도매역할을 하는 등 공생관계를 모색해 보겠다”고 밝혔다. <김주희기자> kimjuhee@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