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평화의 물결을 타고 세계의 시선을 사로잡다.
 ‘제57회 칸국제영화제’는 ‘한국영화’와 ‘평화의 메시지’란 두 줄기의 빛으로 ‘영화발전’이란 어둠의 영역을 환히 밝히며 ‘아듀’를 선언했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에 주어진 ‘심사위원대상’은 ‘황금종려상’에 이은 2등상이다. 그러나 ‘황금종려상’을 받은 마이클 무어의 ‘화씨 911’이 다큐멘터리인만큼 드라마가 있는 창작영화 ‘올드보이’를 최고상으로 해석하는 시각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번 영화제에서 ‘올드보이’가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고, 앞서 두 편이 공식경쟁작에 진입했다는 것은 한국영화가 세계적 보편성을 획득했다는 명백한 증거이다. 1천만 관객 시대를 돌파했다는 사실은 ‘허수’나 ‘거품’이 아닌 ‘팩트’였음을 입증한 것이다.  이와 함께 ‘화씨 911’에 ‘황금종려상’을 준 것은 영화인들은 물론, 세계인들의 반전 염원을 미국에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프랑스는 그동안 부시가 저지른 이라크전에 대해 강한 반감을 표시해 왔다. 칸국제영화제 조직위가 물샐 틈 없는 편집과 독설로 부시대통령을 사정없이 몰아친 ‘화씨 911’에 최고의 찬사를 보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별들, 비정규직 노조와 함께 레드카핏을 밟다
 프랑스에서 5월은 파업의 계절이다. 칸국제영화제는 거의 매년 그래왔듯이, 57회도 비정규직의 움직임속에 어렵게 막을 올렸다. 개막 전날 공연예술분야 비정규직 노조는 ‘칸영화제 점령위원회 창립선언문’까지 내놓고 칸영화제의 순조로운 개최를 위협했다. 창립선언문에서 그들은 “문화 건강 교육 등 공적재산을 축소하려는 우파 정부의 긴축움직임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를 막아야 한다. 우리가 지키려고 하는 것은 모든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라며 일촉즉발의 긴장감을 조성했다.
 비정규직들은 실업수당 감축안에 강력히 반발했고 여기에 맞춰 아녜스 자우이, 장 뤽 고다르 등 칸 공식부문에 초청된 프랑스 일부 감독들은 비정규직 노조를 지지했다. 칸의 상인들은 이에 맞서는 시위를 벌였으나 결국 비정규직 노조 대표들은 개막식에서 레드카핏을 밟으며 당당히 자신들의 의사를 밝힐 수 있는 권리를 쟁취했다. 그들은 스페인의 거장 페드로 알마도바르, 심사위원장 쿠엔티 타란티노 등과 함께 레드카핏에 올라 자신들의 주장을 담은 피켓을 보여주며 개막식에서 가장 밝은 스포트 라이트를 받았다. 
 ▲아시아 영화의 약진
 이번 영화제의 가장 큰 특징은 한국영화를 비롯한 아시아 영화의 약진이다. ‘올드보이’와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는 영화제 기간 내내 현지 언론의 도마위에 올라 ‘호평’과 ‘혹평’을 받으며 주목을 끌었다. 영국계 잡지인 ‘스크린 인터내셔널’과 프랑스계 데일리지인 ‘필름 프랑세’는 우리나라 두 작품에 대해 엇갈린 평가를 내리며 관심을 표명했다.
 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아무도 모른다’의 주연인 14살 소년인 야기라 유야가 남우주연상을 차지하고, 수상은 못했지만 오시이 마모루의 애니메이션 ‘이노센스’가 경쟁작에 포함되는 등 아시아영화는 이번 영화제에서 눈부신 활약상을 보였다.
 특히, 태국영화의 미래거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아피차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트로피칼 말라디’는 형식의 기괴함과 낯설음으로 “이번 경쟁작에서 가장 독특한 영화”라는 평을 얻었다. 데일리지들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트로피칼 말라디’는 심사위원상을 수상함으로써 아시아 영화의 무한한 가능성을 확장시켰다.
 ▲장르영화 등과 예술영화의 고른 안배
 장르영화, 다큐, 애니메이션 등 이전의 경쟁작 목록과는 다른 것도 이번 영화제의 특징. 예술총감독 티예모 프레모는 올해 프로그램을 ‘확인과 발견’이라고 말했다. 그는 9명의 감독을 처음으로 공식부문에 초청했으며 12명의 감독이 처음으로 경쟁부문에 진입한 것을 변화의 증거로 내세웠다. 프랑스 영화가 지난해 5편에서 올해 3편으로 줄고 스페인 영화를 개막작으로 선정해 할리우드 스타없이 개막식을 진행한 것도 이전 영화제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새로운 작품이 많이 등장하기는 했다. 감독주간의 ‘저주받은 인생’은 구스 반 산트가 제작자로 참여하고 200달러로 만든 영화이다. 이 영화는 30살의 뉴요커 게이 청년이 자신을 기록하는 수단은 수많은 스냅사진과 8mm 홈비디오, 자동응답기의 메모들, 미국가족내부의 폭력성 고발로 많은 비평가들이 주목했다. 2시간 40분짜리 와인에 대한 타큐인 ‘몬도비노’는 개막 10분 전에 아슬아슬하게 경쟁부문에 참여한 작품. 와인 마니아인 감독은 와인생산지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미국의 거대한 다국적 회사에 의해 유럽의 전통적인 와인산업이 몰락하는 현장을 고발했다.
 남미영화의 부활도 눈에 띄었다. 남미영화는 경쟁, 비경쟁, 감독 주간에 고르게 포진하며 과거의 명성을 회복해 나갔다. ‘모터사이클리스터의 일기’(브라질), ‘라 니냐 산타’ ‘로스 무에르토스’(아르헨티나), ‘위스키’(우루과이), ‘살바도르 아옌데’(칠레) 등의 작품은 70∼80년대 남미영화의 저력을 보여줬다.<글·사진=김진국기자> freebird@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