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21일 애관극장에서는 영화 ‘송환’이 상영되었다. 영화동아리 ‘우리영화를 사랑하는 인천사람들’(이하 인천영화사랑)이 극장을 대관하고 필름을 빌리는 것은 물론 김동원 감독과 비전향장기수까지 불러들였다. 또한 작품에 대한 기대로, 영화운동에 대한 이해로 ‘피에스타’를 비롯한 많은 영화모임들과 일반관객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이렇게 인천영화사랑은 미상영 또는 조기종영된 한국영화를 살려내는 문화소비자 운동을 천명하며 지금까지 ‘여섯 개의 시선’ ‘선택’ ‘오구’ 등을 상영해 왔다.
 이번 영화상영에 대해 ‘송환’이라는 작품 내외적인 평가와 소비자 중심의 자발적인 영화운동이라는 두 가지 접근이 가능할 것이다. 이 두 가지 의미와 평가는 상호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기도 하다. 우선 영화 ‘송환’은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가 연이어 1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생산한 논의들의 반대축을 형성하고 있다. 그것은 이들 영화가 우리의 근·현대사를 가르며 ‘쉬리’ ‘친구’ 등에서 시작된 이데올로기, 분단, 가족, 남성성 등을 내러티브를 깔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 영화는 상업자본의 철저한 계산하에 제작되어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영화시장을 독점하면서 사회적 담론을 그 가치 이상으로 확대 재생산하고 지배하고 있다. 이는 우리 안의 헐리우드로 우리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진지하게 다룬 영화들이 개봉의 기회를 뺏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도 ‘송환’은 대척점을 이룬다. ‘송환’은 우리역사의 어두운 단면과 뼈저린 아픔을 블록버스터 영화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며 그 진정성을 획득하고 있다. 1992년부터 12년의 제작기간을 걸친 다큐멘타리 영화로 영화문법이나 흥행공식이 아닌 의식과 집념으로 우리사회의 문제를 정공법으로 다루고 있다.
 인천영화사랑의 일련의 영화상영에는 소비자 중심의 영화운동과 지역사회의 영화공간과 영화정책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키고 있다는 의미가 있다. 1999년부터 CGV를 필두로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들어설 때 예측 가능했던 부분 중의 하나는 지역에 산재한 영세한 영화공간을 잠식해 나아갈 것이라는 점이었다. 그러면서도 희망을 걸었던 것은 상영관(프린트 수)의 증가로 관객의 선택 폭이 증가하지 않을까 하는 소박함이었다. 그러나 불과 몇 년 사이에 지역의 영화공간은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이전에 비해 대략 3배에 가깝게 상영관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선택기회는 기대처럼 더 이상 확대되지 않았다. 개봉시기별로 몇몇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전국적으로 와이드개봉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영화시장에 대한 자본의 지배구조는 더욱 강화되고 견고해 지고 있다. 이런 자본의 메카니즘에서 손해를 보는 것은 결국 소비자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만큼 선택의 기회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인천영화사랑은 네 차례 진행을 하면서 이제는 이를 정례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시민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이와 같은 성과를 일궈낸 것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이에 대한 정책의 부재가 더없이 안타깝기만 하다.
 이제 우리는 몇몇 뜻 있는 사람들과 단체의 힘겨운 노력에 의한 영화보기가 아니라 보다 안정된 환경에서 당당한 권리를 찾고 싶다. 저예산 예술영화를 중심으로 하는 예술영화관에 대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예술영화관은 경영수익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극장주의 자발적인 판단에 의존해서는 마련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지자체, 영화모임, 극장주 등이 머리를 맞대고 이에 대한 접근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현재 영화진흥위원회가 지원하고 있는 전국 12개 예술영화관이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운영되고 있다. 예술영화관은 단순한 공간의 확대나 영화의 선택 기회를 넘어 문화사회 문화복지의 중요한 초석이 될 것이다. <김성배·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