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주간이었던 지난주 초 인천에서 업체를 경영하는 몇몇 CEO 및 경제단체 관계자들과 자리를 함께 할 기회가 있었다.
올초 불어닥친 ‘원자재난’태풍과 관련, 지역 업계의 현황과 향후 대응방안 등을 논의해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지상좌담회 시간이었다. 주제가 주제인지라 참석자들의 입에서는 어려움을 호소하고 앞일을 걱정하는 말들이 잇따라 쏟아져 나왔다.
특히 가격상승의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뒤늦게 ‘원자재난’대열에 합류한, 석유에 대한 우려가 분위기를 무겁게 이어갔다.(좌담회를 갖던 날 우리 나라 전체 원유수입량의 80%를 차지하는 중동산 두바이유값이 배럴당 35달러를 넘어섰다)
“우리 회사의 경우 석유가 주 원자재인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다보니 어려움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나름대로 허리띠를 졸라매고는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 지 암담할 뿐이예요.”
인천여성CEO협의회를 이끌면서 남동공단에서 (주)한국싸이론이라는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이규연 회장의 말은 비단 석유 뿐만이 아니라 다른 원자재문제 때문에 겪고 있는 지역 중소기업의 어려운 사정을 한 마디로 대변해주었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 나라가 외국으로부터 에너지를 수입하는데 쏟아붓는 돈은 연간 360억달러가량. 계속되는 내수침체속에 그나마 경제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하는 수출로 벌어들이는 금쪽같은 달러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다.
국제유가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와 서부텍사스 중질유가격이 여전히 불안한 장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도 촉각을 곤두세운 채 교통세나 수입부담금 인하 등 비상대책 사용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석유 전량을 사다 쓰는 우리에게 충격적인 것은 ‘고유가’상황이 당분간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여기 저기서 제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계 경제가 동반상승세를 보이면서 수요가 크게 늘고 있으며 중동정세가 여전히 불안하고 이러한 시기를 틈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국제투기자본들이 석유시장에 몰려들고 있다는 등의 분석이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제 20달러 선에 석유를 수입해왔던 행복한(?) 시절은 가고 30∼40달러선이면 그나마 다행이며 50∼60달러, 그 이상의 시대까지 대비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아껴 쓰고, 줄여 쓰고, 에너지절약형 상품개발에 힘쓰고, 이런 저런 캠페인을 벌이고…. 기업이나 관련단체들사이에 개별적으로 난국을 타개해나가기 위한 노력이 눈물겹게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일은 사실 에너지위기가 닥쳐올때마다 되풀이돼온 일상사였다. 전기나 물, 석유는 늘 우리 곁에 있는 것이려니 하는 생각에 그 위기상황이 조금만 나아지면 곧 일상생활로 쉽게 되돌아오곤 하던 것이 우리네 생활습관이었다.
이제는 범국가차원에서 항구적이고 장기적인 대응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복잡다단한 세계 경제사정상 고유가시대라는 태풍이 언제 예고없이 닥칠지 모르는 실정인만큼 민간기업들의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정부지원을 늘리고 수소연료전지, 태양광, 풍력 등 대체에너지개발에 온 힘을 모아야 한다는 주장이 어느 때보다 설득력을 갖는다.
다행히 2000년대들어 가스와 석유, 광물 등 해외자원개발투자액이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정부도 최근 대체에너지의 중요성을 감안, 사업단을 출범시키고 올해 371억원을 포함해 오는 2008년까지 모두 2천500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같은 노력의 범주에는 물론 지방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대체에너지 개발·보급사업예산을 올해 66억원에서 내년에는 133억원으로 늘리기로 한 경상북도 등 일부 지자체들은 이미 발빠른 행보를 옮기고 있다. 우리 지방정부도 이러한 대열에서 낙오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모든 시민들의 바램일 것이다.<이인수·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