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추홀 생명의 땅’으로 ‘대지’를 걸어 ‘월인천강지곡’에서 ‘바다’를 건넌 인천시립무용단이 이제 ‘창공’으로 날아 오른다.
 인천시립무용단의 제52회 정기공연 ‘새 굿’은 인천의 시조(市鳥)인 ‘두루미’의 ‘비상’을 모티브로 삼는다. 여기에 한국 예술의 원류인 ‘굿’을 접목, 그 옛날 찬란했던 ‘비류의 꿈’을 부르는 주문과 함께, 5월의 햇살처럼 눈부신 푸른 창공을 향해 훨훨 날아오르고픈 염원을 토해낸다.
 ‘굿당’, ‘미궁(역신의 춤)’으로 시작한 춤은 ‘두루미와 여인들’, ‘갯바람의 춤’, ‘분노한 역신의 춤’을 거쳐 ‘새의 정령’, ‘사구의 춤’, ‘새다림’으로 이어지며 사라져 간다.
 ‘굿당’은 멈춰진 당골이 혼을 부르다가 새가되어 바람의 기억 속으로 사라지는 장면이다. 굿의 형식을 빌어 큰 무당이 제를 이끄는 모습으로, 무녀의 신들린 몸짓을 예술로 승화하는 김혜진의 솔리스트 연기로 만날 수 있다.
 ‘미궁/역신의 춤’에선 남자무용수 네 명이 출연해 두루미가 날지 못하도록 어둠과 절망을 전파한다. 곧바로 이어지는 ‘두루미와 여인들’ 장에선 두루미가 부러진 날개를 펴기 위해 퍼덕거리는 모습을 송성주, 윤순자가 한 몸같은 듀엣 연기를 보여준다.
 ‘분노한 역신의 춤’은 갯바람의 여인들을 못마땅하게 여겨 화가 난 역신의 모습을 메시지로 전한다. 유봉주, 박종혁을 비롯한 6명 남자무용수들의 에너지 넘치는 길고 굵은 선으로 감상할 수 있다.
 이어지는 ‘새의 정령’은 역신이 할퀴고 간 폐허에 새의 정령이 내려 앉는 장면이다. 새의 정령으로 환생한 당골이 ‘알을 깨고 나오는’ 아픔만큼이나 혼신의 몸부림으로 생명을 부르짖는다. 장지윤의 솔리스트 안무가 펼쳐진다.
 영상과 어우러지는 ‘사구의 춤’은 새의 정령이 바람이 만든 사구 속으로 스며드는 장면이다. 모래언덕이 숨을 쉬며 새의 혼이 사구를 감동시켜 대지의 울림이 하늘로 이어지는 모습을, 김유미를 비롯한 5명 단원의 섬세한 감정선이 실린 몸짓으로 만난다.
 공연은 ‘갯바람의 춤 두울’ ‘새다림’ ‘에필로그’로 막을 내린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비롯, 간간이 영상이 오버랩 돼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을 맛볼 수 있는 것도 이번 공연의 한 특징이다.
 한명옥 감독은 “‘굿’에서 뿜어져 나오는 신명과 자유로운 상상력을 인천의 시조인 두루미의 비상이라는 줄거리에 녹여보았다”며 “인천의 새로운 비약을 염원하는 마음을 굿을 치르는 간절한 심정으로 만든 작품”이라고 말했다. 14일 오후 7시30분, 15일 오후 3시·6시. 인천종합문예회관 대공연장. 1만·7천·5천원. ☎(032)438-7774 <김진국기자> freebird@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