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민생과 관련된 고소·고발사건이 폭주하고 있다는 보도는 예사롭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은행과 카드사, 대부업체들이 연체대금을 받아낼 목적으로 고소, 고발을 남발하는 것은 민생치안에 힘을 쏟아야 할 수사력의 낭비를 가져올 뿐 아니라 사회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경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고소, 고발 및 진정 건수는 모두 19만7천여건으로 2001년 15만8천여건에 비해 4만건 가량이나 늘었다. 지난해 하루 평균 539건의 고소, 고발이 접수된 것으로 도내 세대수가 359만2천여가구임을 감안하면 18가구당 한 가구가 고소, 고발사건에 연류됐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문제는 고소·고발사건의 60% 이상이 사기나 금융권으로부터의 채권추심, 횡령 등 경제사건이라는 데 있다. 이들이 경제사범으로 입건될 경우 전과자나 신용불량자로 내몰릴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신용불량자는 400여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들은 직장을 잃거나 장사가 안돼 은행이나 대부업자들로부터 돈을 빌려 쓴 후 갚을 길이 막막해 신용카드 돌려막기로 버티다 결국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채권은행이나 카드사, 대부업자들이 채무자로부터 연체대금을 받아내기 위한 민사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수단이나 채권 추심의 면피성 조치로 앞다투어 고소·고발을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고 보면 크게 우려치 않을 수 없다. 특히, 이로 인한 경제·사회적 동요가 간단치 않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대출로 인해 피해를 본 금융계가 연체대금을 회수하려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정부가 신용불량자들의 신용회복을 위한 여러 정책을 강구하고 있는 데도 연체대금을 회수키 위해 고소, 고발을 남발하고 있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민생치안과 선거사범 등 단속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찰이 고소·고발사건에 까지 매달리게 된다면 이래저래 부작용만 낳을 수 있다. 신용불량자 때문에 양산되고 있는 생계형 고소·고발사건은 시간을 갖고 처리해야 함이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