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특집-베트남에 물결 친 인천춤, 한국예술
 인천시립무용단이 지난 12∼16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한국의 날개를 펼쳤다. 한국·베트남 수교 12주년을 기념해 하노이를 찾아 한국춤의 진수를 보여준 무용단을 마주한 현지인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강렬했다.
 무용단의 하노이 공연은 베트남 하노이 한인회, 베트남 문화정보국, 베트남 무용협회의 초청과 비담코(GM대우 베트남 현지법인), 아시아나항공의 협찬으로 이뤄졌다.
 민간외교사절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한 무용단의 활약상과, 현지 사람들의 표정을 두 차례에 걸쳐 르포로 연재한다.

아시아나항공 OZ 353편이 베트남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도착한 시각은 12일 오후 10시30분(한국시각 13일 밤 12시30분). 조명조 인천시 문화체육관광국장, 이선주 인천예총회장, 한명옥 인천시립무용단 감독을 비롯한 무용단원 등 30여명의 일행은 카키색 군복을 입은 여군에게 비자를 보여준 뒤 공항을 빠져 나왔다. 매캐한 화약냄새 같은 것이 콧속으로 들어왔다. 일행을 실은 차는 20분여를 달린 끝에 ‘하노이대우호텔’에 도착했다. 일행이 3일간 묶게 될 하노이의 최고급 호텔이다.
 13일 오전 7시, 졸린 눈을 부비며 15층에서 지상을 내려다 봤다. 도로를 가득 메운 새카만 오토바이들과 한 두 대의 승용차·버스가 마치, 여왕개미와 일개미들이 한 방향을 향해 가는 것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공항에서 맡았던 매캐한 냄새는 이 오토바이들의 배기가스였다. 하노이 중심가에선 오토바이 신규등록을 금지할 정도로 오토바이는 교통사고, 체증, 대기오염 등 하노이의 골칫거리가 돼 있었다.
 산책을 위해 무용단 박재춘 단무장과 호텔 문을 나섰다. ‘바오 브온’ 공원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조깅을 하고 있었다. 에어로빅, 우슈, 배드민턴, 제기차기를 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베트남은 ‘사스(SARS)가 창궐할 때도 사스보다 감기로 죽은 사람이 더 많을’ 정도로 의료시설이 부족하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질병 예방차원에서 운동으로 건강을 지킨다는 것이다. 산책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온 시간은 오전 8시30분. 우린 식사를 한 뒤 오전 9시쯤 일행에 합류했다.
 일행의 첫 번째 공식 일정은 ‘베트남무용전문대’ 방문. 이곳은 1959년 설립한 베트남 첫 무용학교다. 역사만큼이나 베트남에서 활동하는 실력있는 무용인을 수없이 배출하는 무용명문학교였다. 베트남의 영웅 ‘호치민’은 “사회주의 발전을 위해선 무용예술이 매우 중요하다”며 자신들의 학교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고 학교 관계자가 자랑했다. 이 학교에서는 크게 두 가지의 무용을 보여줬다. 하나는 유럽의 발레 기초동작이었고, 다른 하나는 베트남 전통춤사위에 현대적인 것을 가미한 춤이었다.
 ‘논’(고깔모양의 베트남 전통모자)을 오브제로 이용한 ‘나쓴 타이’춤, ‘에데’춤 등 베트남 무용수들은 ‘땀 따블록’이란 현악기에 맞춰 그들만의 춤사위를 풀어 놓았다. ‘부채’ 등 오브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고 손목스냅을 많이 활용하는 편이었는데 단아하거나 시원시원한 선이 돋보이는 우리 춤과는 달리 아기자기하고 앙징맞아 보였다.
 50분 정도 무용을 감상한 일행이 ‘체오극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1시15분. 체오극장은 하노이 전통 가요(민요)를 전문적으로 공연하는 극장으로 1966년 설립됐으며, 공연주체인 ‘하노이대중가요단’이 소속돼 있다.
 추 투이 꾸잉 베트남무용협회 총비서는 “하노이대중가요단의 임무는 베트남 전통가요를 수집, 계승, 발전, 창작하는 것”이라며 “인민예술가 9명을 포함해 모두 26명의 배우가 250여회 이상의 공연을 펼친다”고 말했다.
 이곳에서의 공연은 말하자면 ‘노래극’이었는데 ‘사필귀정’의 내용이 많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말이다.
 공연을 관람한 한명옥 감독은 인사말에서 “우리들의 만남이 문화를 넘어 사회 경제적으로 발전, 양 국이 번영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이 날의 마지막 일정은 베트남한인회가 주최하는 리셉션. 오후 6시 하노이대우호텔 리셉션장에는 한인회 관계자, 베트남정부 관계자 등 수십 명의 인사들이 웃음짓는 얼굴로 손을 맞잡았다.
 유태현 주베트남대사는 “언젠가 베트남 사람들이 부채춤을 보며 기뻐하는 것 보고 이게 문화의 힘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립무용단의 하노이공연은 어떤 정부홍보사절단보다 훨씬 큰 효과가 있는 아주 의미깊은 행사”라고 말했다.
 팜 수언 싱 베트남 문화정보국장은 “인천시립무용단의 공연은 문화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 걸쳐 양국간 우호협력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며 “역사적 공통점이 많은 양국이 함께 손을 잡고 새로운 도약의 길로 나아가자”고 제안했다.
 조명조 국장은 “이번 공연이 경제협력까지 이어지길 바란다”며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 베트남 무용인들을 인천에 초청하고 싶다”고 희망했다.
 이선주 회장도 “인류는 문화를 먹고 살며 문화는 예술에서 시작한다”며 “우리 모두 예술을 통해 생활 문화까지 함께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대우가족 여러분이 하노이에서 성공을 이뤘기 때문에 이렇듯 공연을 올 수 있었다”며 베트남 한인회(회장·김정인)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하노이의 첫날 밤은 그렇게, 춤 속에서 움튼 우정으로 깊어만 갔다. <베트남 하노이=김진국기자> freebird@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