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투표일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총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사회분열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여야의 극한 대립으로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아니라 자칫 탄핵 찬반투표로 변질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든다. 어느 때보다 유권자들의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각 정당은 현재 지역별 공천자를 확정한 상태로 공식적으로 선거운동이 허용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지역마다 치열한 선거전이 벌어지고 있다. 총선은 민의로 국회의원을 뽑는 정치행사이다. 결코 대통령의 재신임을 묻는 절차가 될 수 없다. 정치권이 지금의 탄핵정국을 정략적으로 이용해 혼란과 사회갈등을 부채질해선 안된다. 특히 유권자들이 탄핵상황을 총선에 이용하려는 정치권의 전략에 휘말려선 안된다.
 17대 국회는 오명을 남긴 16대 국회에 비해 훨씬 진전된 모습의 국회상이 정립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역사적 사명감과 도덕적으로 흠이 없는 인물로 국회 의사당을 채울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당선돼야 겠다는 정치인에게 이 나라의 장래를 맡기는 그런 선거가 되지 않도록 유권자들이 냉정하게 후보들을 검증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 뜻이 무엇인가를 분명히 보여 줘야 하며 또 당연히 그래야 한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지금 정치 실종 시대에 살고 있다. 정치인에 대한 비판이 어느 때보다 높고 정당에 대한 신뢰는 바닥에 떨어져 있다. 그야말로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위태로울 지경이다. 정치권에 자발적 개혁을 기대할 수 없으니 유권자들이 나서 개혁시킬 수밖에 없다. 여야 정치권은 이러한 민의를 직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치권은 선거를 과열로 이끌지 말아야 한다. 선거과열은 사회불안을 야기하고 후유증을 낳게 된다. 경제가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이다.
 선거의 주체는 유권자들이다. 공정하고 공명한 선거를 치루는 게 가장 큰 과제다. 선거운동은 사실상 시작된 셈이고 타락의 징조마저 없지 않다. 여야가 이번 선거에 당의 사활을 걸고 무슨 수를 쓰든 이기고 보자는 심산이고 보면 혼탁은 뻔하다. 유권자들이 성숙된 자각을 통해 깨끗하고 공명정대한 선거가 되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