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충훈고, 외딴 교사에 공사중
 교사(校舍)가 채 완공되지 않은데다 주변 환경마저 열악한 고교에 배정받은 학생과 학부모들의 재배정 요구가 집단 등록 거부와 개교저지 사태로 번지고 있다.
안양시 동안구 거주 학부모들로 구성된 ‘충훈고재배정대책위원회’(위원장 민병권)는 15일 등록금 납부 거부 운동을 벌인 결과, 지난 13일 마감한 등록금 납부 시한까지 290명의 학부모 가운데 200여명이 등록금 납부를 거부, 대책위 명의의 통장에 등록금을 맡겼다고 밝혔다.
 ▲충훈고 배정 학부모, 왜 반발하나?
올 해 처음 신입생을 받는 충훈고(안양시 석수3동)의 입학 정원은 525명.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290명이 동안구 평촌신도시 거주 학생들로 거리만도 10Km이상 떨어진데다 직접 연결되는 대중교통편도 없어 등하교 시간만 두 시간 이상 걸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대책위는, 등하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은 그나마 큰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입학에 앞서 가진 7일 임시소집조차도 타학교에서 가질 정도로 개교 준비가 안돼있는데다, 주변 환경은 그야말로 최악이라는 것.
당초 도교육청은 신입생 입학에 맞춰 모든 공사를 마무리할 예정이었으나 지난 해 태풍 매미의 영향으로 2개월 이상 공사가 중단되면서, 마무리 공사는 이르면 4월 정도에나 마무리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 11일 학부모들이 방문했을 당시 운동장은 온통 파헤쳐진데다 학교 여기저기서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었다.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주변 환경. 학교 주변에는 버스차고지와 안양천, 하수종말처리장 등 혐오시설이 인접해 있는 데다 인근에 주택이나 상가 등이 전혀 없는 외진 곳이라 학생들이 범죄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인근에서 광명역사로 통하는 터널 공사 등 갖가지 대규모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어서 학생들의 안전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는 점도 학부모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책위의 한 관계자는 “최악의 환경에 학교가 들어서게 된 데 대해 교육 당국과 안양시가 함께 책임져야 할 것”이라면서 “최소한 학교 주변 환경의 정화와 학생들의 통학 편의를 위한 버스 노선 조정 등은 안양시가 미리 신경썼다면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대책위 요구사항
지난 10일부터 안양시 교육청과 도 교육청 앞에서 재배정 요구 시위를 벌여온 대책위는 등록거부와 함께 오는 18일의 예비소집 거부, 재배정 요구 서명운동, 교육청 관계자 고발 등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투쟁강도를 높여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책위의 장기훈 총괄부장(44)은 “도저히 아이들이 공부할 수 없는 곳에 학교를 짓고, 그 곳에 학생들을 서둘러 배정한 당국의 행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면서 “우리 아이들이 부당하게 학습권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재배정을 반드시 관철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장 부장은 이와 함께 “이러한 상황이 온 데 대해 철저한 원인 규명과 책임자 문책도 아울러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류성규 도교육청 부교육감은 14일 오전 대책위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완벽한 시설과 최고의 교사진 배치, 통학 편의 제공 등을 통해 명문고를 만들겠다”면서 학부모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리려 했으나 재배치 요구 등에 대해서는 확실한 답변을 유보했다.
 <사진설명>운동장 공사를 한창 하고 있는 충훈고 전경.
 <안양=송경호기자> keisong@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