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0cm서가운동 문인홍 인천서점조합 조합장
 “30㎝가 뭡니까, 60㎝, 90㎝가 돼도 좋습니다. 팔리고 안 팔리고를 떠나 인천 책은 계속 꽂아둘 생각입니다. 물론 눈에 잘 띄는 곳에 말입니다.”
 문인홍(46) 인천시 서점조합 조합장은 ‘30㎝ 서가운동’에 대해 “정작 서점들이 앞장서서 해야 할 일을 30㎝서가운동 본부가 했다”며 “인천 지역 서점들은 적극 동참하는 것을 넘어 주도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그러잖아도 이따금 인천의 향토사를 비롯해 인천과 관련한 책을 찾는 사람들이 올 때마다 얼마나 난감했는지 모릅니다. 이제 큰 시름을 덜게 됐어요.”
 문 조합장은 학생들이 와서 인천과 관련한 책을 달라고 할 때마다 곤혹을 치렀다고 털어놓는다. 나름대로 많은 책을 갖췄다고 생각했는데, 없는 책이 나오고 이것은 결국 고객들로 하여금 빈약한 콘텐츠의 서점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책 이름을 말하며 찾는 경우도 있고 막연히 책을 추천해달라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총판에 연락을 해도 구하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책이 팔리고 안 팔리고를 떠나 책 자체를 어떻게 구해야 할 지조차 몰랐던 셈입니다.”
 그가 ‘30㎝ 서가운동’을 알게 된 것은 신문을 통해서다.
 “올 초였지요? 인천일보를 보니까 1면에 ‘서점마다 인천책을 꽂자’란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나왔더라구요. 그래서 관심을 갖고 있던 차에 연락을 받아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문 조합장은 신문을 본 뒤 1월 초 다인아트 유봉희 대표의 전화를 받고 지난달 16일 이사회를 소집했고, 이사회는 ‘30㎝ 서가운동’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부산에는 서점마다 부산 관련 서적이 많이 있습니다. 찾는 사람도 많지만, 설사 잘 안팔리더라도 청소년들 교육이나 시민들 애향심 고취 차원에서 꽂아두는 것이죠.”
 인천에 처음 온 7년 전까지만 해도 그는 부산에서 10년 가까이 서점을 경영했다. 문 조합장이 “인천에도 진작 이런 운동이 있어야 했다”고 강조하는 것은 부산의 연감을 비롯해 향토사, 여행지를 소개하는 책들을 서점마다 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 조합장은 ‘30㎝ 서가운동’이 침체한 지역 서점에 생기를 불어넣는 호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인다.
 “현재 지역 자본도 아닌 대형 서점이 지역 서점을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중앙 자본인 대형 서점은 지역 경제에 도움도 안되지만 결과적으로 지역 문화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문 조합장은 대형 서점이 들어설 경우 반경 20㎞ 이내의 서점들은 문을 닫아야 하며, 이는 곧 소비자의 불편과 문화 후퇴로 이어진다고 강조한다. 책을 사러 멀리까지 가야하는데다 ‘정신과 영혼의 가게’인 서점 대신에 오락실 등 ‘돈이 되는’ 업소가 들어서기 때문이다. 서점이 있는 거리와 술집, 유흥업소가 많은 거리 중 어떤 것이 더 청소년들에게 유익할까에 대한 답은 누가 봐도 명백하다. 작은 책방은 책이 없을 것 같지만 만에 하나 찾는 책이 없어도 반나절 만에 구해줄 수 있으므로 콘텐츠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무쪼록 인천 정체성을 살리고, 청소년들이 자기 고장을 알며, 인천지역 서점과 출판의 역사를 새로 쓰는 전기가 되길 바랍니다.”
 그는 “책 권유와 판매는 서점 대표들이 앞장 설 테니 지역의 출판 관계자들이 좋은 책을 많이 만들어달라”는 당부를 잊지 않는다. <김진국기자> freebird@incheontimes.com